신흥국, 한국 주도 ‘금융안전망’ 지지… 유럽은 관망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G20 회의 스타트… 인천 송도서 재무차관-중앙銀 부총재 회의

美 “무역 흑자국과 적자국간 불균형 바로잡아야”
中 “내수 늘릴것… 수출보다 수입 증가율 더 커져”

11월 11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5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본격적인 스타트를 알리는 G20 재무차관·중앙은행 부총재 회의가 지난달 27일과 28일 인천 송도에서 개최됐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컨벤시아에서 G20 국가의 재무차관 및 중앙은행 부총재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 국제기구 관계자 1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회의를 출발점으로 올해 G20 정상회의를 향한 논의가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과 이광주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공동의장을 맡은 이번 회의는 주요 이슈에 대해 각국의 논리를 듣고 이를 조율해 4월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안건으로 올리는 역할을 한다. 합의된 성명서도 없다. 이 때문에 뜨거운 토론을 하기보다는 자국의 의견을 밝히면서 사안마다 ‘아군’과 ‘적군’을 가늠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 선진국과 신흥국 미묘한 의견 차

핵심 쟁점은 지속 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협력체계(Framework) 구축이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경상수지 흑자국과 적자국 간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국가가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로 외환보유액을 늘리고 있는 것을 불균형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에 대해 리융(李勇) 중국 재정부 부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각국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글로벌 불균형에 대한 견해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2개국(G2·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 가능성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중국은 수출증가율보다 수입증가율이 훨씬 컸다”고 항변하면서도 “중국은 내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선진국들의 문제제기를 어느 정도 이해한다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에 대해 신흥국은 적극 도입을 강조했지만 일부 유럽 국가는 신흥국의 부상을 꺼리고 비용 증가를 우려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티프 매클럼 캐나다 재무부 차관보는 “금융안전망은 금융위기 때 외환의 급속한 이탈에 대비해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쌓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의 금융안전망 문제제기는 시의적절하고 필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출구전략 공조에 대해선 과거 ‘공조’에 찍힌 방점이 ‘융통성’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지난해 말 호주가 선진국 중 가장 먼저 기준금리를 올린 것과 관련해 제럴드 시프 IMF 아시아태평양 부국장은 “나라마다 경제상황이 다른 만큼 일률적인 공조는 힘들지만 정보를 공유하고 신속하게 의사소통하는 국제 공조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 “송도 결정은 출국 배려”

28일 오전 11시 50분경 공식 회의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존 립스키 IMF 수석부총재와 시프 부국장이 오후 2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회의장을 빠져 나왔다.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첫 회의를 송도로 정하고, 이튿날 공식 일정을 정오에 끝내기로 한 것은 일정이 바쁜 유럽과 북미 참석자들이 오후에 있는 비행기를 타게끔 배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연아 우승’은 G20 회의장에서도 화제였다. 신 차관보가 연설 도중 김연아의 우승을 소개하자 참석자들은 축하 인사를 건넸다.

한편 경찰은 이번 회의가 차관급임에도 경찰 400여 명을 배치해 경호 수준을 국무총리급으로 강화했다. 경찰 관계자는 “회의의 격이 올라가고 정상회의가 임박해질수록 반대시위의 규모와 강도도 세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인천=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존 립스키 IMF 수석부총재 “한국 국가채무율 매우 양호”▼

“한국은 통화정책을 점차 정상화하는 것을 생각해야 할 때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차관·중앙은행 부총재 회의에 참석한 존 립스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사진)는 “모든 나라가 출구전략을 일률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국가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각국에 맞는 출구전략의 큰 틀을 짜두고, 그 틀 내에서 탄력적으로 공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다.

립스키 부총재는 “한국의 경우 금리를 소폭 올리더라도 통화정책은 여전히 경기부양적인 수준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기준금리가 2%로 매우 낮은 만큼 한 번에 금리를 0.25%포인트 정도 올리는 것만으로 유동성이 급속하게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그는 올해 한국 경제는 IMF가 지난해 12월 예상한 대로 연 4.5%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이슈로 떠오른 재정위기 논란과 관련해선 “한국은 국가채무 비율이 매우 양호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구축하는 방안에 대해선 “많은 논의를 했다, 4월 재무장관 회의 때 좀 더 논의가 진전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G20 회원국들은 이미 은행에 대한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고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로 합의한 상태지만 은행 최고경영자에 대한 보상을 제한하거나 장외파생상품의 리스크에 대비하는 등 구체적인 문제에는 의견 차를 보이고 있다.

립스키 부총재는 “그리스에 대한 금융지원 문제는 이번 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았다”며 “국제금융개혁에 대한 임시 보고서를 만들어 재무장관 회의에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