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긴축정책에 호주-인니 금리인상 ‘스톱’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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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긴축 움직임을 보이자 아시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인플레 우려에도 금리인상에 주춤하고 있다. 중국의 통화정책이 한국을 비롯한 주요 무역상대국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매월 금리를 인상해 오던 호주중앙은행(RBA)이 최근 금리를 동결한 이유는 중국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전했다.

RBA는 당초 2일 개최된 월례 이사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RBA는 지난해 10월 이후 3번 연속 금리를 인상해 왔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금리를 3.75%인 현재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이는 중국의 긴축정책이 자국 수출 감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것이다. 호주는 지난 한 해 동안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조치에 따라 중국으로 석탄, 철광석 등의 원자재를 많이 수출했다.

하지만 중국이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올리고 중앙은행 채권금리를 인상하는 등 긴축조치에 나서면서 호주의 금리인상 압력이 줄었다는 게 이 신문의 분석이다. WSJ는 “중국이 사실상 호주를 대신해 긴축정책을 편 셈”이라고 평가했다.

아시아의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인도네시아중앙은행(BI)은 4일 금리를 동결했다. 인도네시아 역시 상당량의 원자재를 중국에 수출하기 때문에 중국의 긴축정책으로 금리인상 압력이 줄 것으로 예측된다. WSJ는 한국의 금리인상 여부도 중국의 통화정책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경기 회복에는 중국으로의 건축설비 수출 등이 기여했기 때문.

중국이 최근 주변 지역에서 원자재 등의 수입을 크게 늘리면서 주변국 경제정책에 미치는 간접적인 영향력도 그만큼 커진 상황이다. 또 중국 정부의 위안화 평가절상 거부도 주변국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주고 있다. 태국이나 대만, 말레이시아처럼 주요 수출시장에서 중국과 직접 경쟁하는 국가들은 수출 경쟁력 타격을 우려해 금리인상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금리를 인상하면 외국 자본이 유입되고 이는 자국통화의 평가절상으로 이어져 수출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JP모간 싱가포르지점의 매트 힐데브란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정책이 금리인상을 검토하는 주변국 중앙은행들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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