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보다 10억 이상 지출 4만명 탈세여부 가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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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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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탈루추적시스템으로 5년치 자료 분석

모 기업 대표이사 A 씨는 최근 5년 동안 3억900만 원(약 월 500만 원)의 근로소득을 올렸다고 세무서에 신고했다. 하지만 A 씨는 이 사이에 34억7500만 원 상당의 아파트를 샀고 가족과 해외여행을 112차례나 갔다. A 씨가 이런 식으로 5년 동안 쓴 소비 지출액은 8억3400만 원.

국세청은 최근 개발한 ‘소득·지출 분석시스템’을 시범 가동해 A 씨의 5년간 소득과 지출을 비교 분석한 결과 그가 35억9600만 원의 소득을 탈루한 혐의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본보 11월 3일자 A1·3면 참조
年270조 지하경제, 양지로 끌어낸다
신고소득보다 과다지출땐 탈루 판단… ‘숨긴 수입’ 추적

국세청은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자 350만 명을 상대로 이 시스템을 시범 가동해 A 씨처럼 최근 5년 동안 신고 소득에 비해 실제 지출한 금액이 10억 원 이상 많은 탈루 혐의자 4만 명을 찾아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 중에는 부동산 개발 및 매매업자가 절반이 넘어 가장 많고 이어 △음식 숙박업자 4000여 명 △의사 1400여 명 △학원 종사자 600여 명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직종 200여 명의 순이다.

국세청은 내년 5월 종합소득세 확정 신고 때 이들 4만 명을 ‘숨은 세원(稅源) 관리대상자’로 선정해 탈세 여부를 철저히 따질 계획이다. 이들이 재산증가 및 소비지출에 사용된 소득의 원천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일단 최소한의 범위에서 탈루 혐의자를 시범적으로 추려낸 것으로 내년 5월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면 대상자와 금액은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지출 분석시스템은 소득에 비해 지출이 지나치게 많은 납세자들을 가려낸 뒤 이들의 탈루세액을 추적하는 방식이다. 우선 국세청이 관리하고 있는 개인별 과세정보자료를 바탕으로 △부동산 주식 회원권 등을 통한 재산증가 △국내 신용카드 및 현금영수증 사용명세 △해외여행에서 쓴 신용카드 사용명세 등을 취합해 소비지출액과 재산증가액을 산출한다. 이를 개인의 신고소득과 비교해 탈루 혐의자와 탈루 금액을 찾아내는 것이다.

국세청은 우선 현금수입업종과 고소득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탈루 혐의자를 추적하고 일반 업종으로 이 시스템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또 기업의 사주가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인에 대해서도 내년에 이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새 시스템을 활용하면 소득 파악이 쉽지 않았던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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