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윈도]패션-미용업계가 실수하고 있는 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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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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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회사 제품은 주로 20, 30대 여성들을 위한 것이라서요….”

최근 화장품 트렌드에 대한 취재를 하면서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내내 들어야 했던 말입니다. 연령대별 제품과 이에 맞는 모델 사진 등을 함께 소개하려던 기자는 참 난감했습니다. 정작 판매 현장에서는 ‘주름살 개선, 피부 보습’ 등의 효과를 강조하며 “20대부터 장년층까지 함께 쓸 수 있다”고 강조하는 상품들이 상당수였으니까요. 물론 미용 전문 브랜드인 도브처럼 수년 전부터 ‘참 아름다움 캠페인(Campaign for Real Beauty)’을 통해 90대 할머니, 주근깨 여성 등을 모델로 등장시키는 신선한 시도를 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20, 30대 젊고 매혹적인 모델들로만 채워진 각종 미용 패션 광고 등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여전히 ‘젊음만이 곧 아름다움’이라는 통념에서 업계는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비단 화장품 패션 업계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각종 소비재, 심지어 자동차, 아파트 광고까지도 대부분 젊고 아름다운 모델들로 넘쳐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현실은 분명 그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통상적으로 이야기하는 노인, 즉 ‘60세 또는 65세 이상의 연령층’의 범위를 이제는 ‘75세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본 등을 중심으로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습니다. 건강한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노년층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도 되겠지요.

이들의 소비능력 또한 관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매킨지&컴퍼니가 국내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올 상반기 전체 인구의 소비심리가 급속히 위축된 것과 달리 55세 이상 응답자 중에는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사람이 유난히 많았다고 합니다. 경기를 낙관하는 사람의 비율이 전 연령층을 합칠 경우 23%에 불과했지만 55∼65세 인구 중엔 44%나 됐다는군요.

또 2006년 기준 가구주 연령이 55∼64세인 가구의 총자산은 946조 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가진 자산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는 수치도 나와 있습니다. 자녀 교육과 대출 상환이 끝나가는 이들의 실질 소비력은 그 어느 세대보다 막강하다는 해석이 가능한 셈이지요.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이들에 대한 마케팅은 아직도 미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제2의 젊음과 함께 그 어느 세대보다 강력한 소비 능력을 갖고 있는 실버 세대.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제품 및 마케팅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김정안 산업부 기자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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