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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8월 1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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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LG전자 통상세무팀에 낭보가 들려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디지털미디어방송(DMB) 기능이 있는 휴대전화를 고율(14%)의 관세를 물어야 하는 TV가 아닌 휴대전화(관세 0%)로 분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국내 휴대전화 제조회사들은 이 조치 덕분에 올해 1500억 원의 관세를 물지 않아도 된다.
이런 성과를 얻기까지는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사진)이 라스즐로 코박스 EU 집행위 세금·관세 담당 위원에게 보낸 ‘편지 한 통’의 힘이 컸다. 올해 2월 보낸 A4용지 두 장 분량의 이 편지에는 ‘휴대전화에 DMB 등의 기능이 있어도 핵심 기능을 감안하면 이는 휴대전화가 맞다. 기술 혁신을 북돋우려면 휴대전화 기능의 진화를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계 무역에 부정적인 효과를 끼칠 것이다’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EU 집행위에서는 실무급이 다룰 수준의 사안에 대해 장관급이 직접 강한 우려를 제기한 것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에 앞서 EU집행위는 지난해 4월 독일이 ‘DMB폰’을 휴대전화가 아닌 TV로 분류하자 EU의 관세 규정도 똑같이 하려 했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능의 휴대전화도 내비게이션(관세 3.7%)으로 간주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통상교섭본부는 EU집행위를 끈질기게 설득했고, 관세평가분류원은 전담팀을 꾸려 ‘지원사격’에 나섰다.
기업들은 1년 넘게 끌어온 관세 문제가 해결돼 속이 시원하다는 표정이다. 삼성전자 LG전자가 유럽에 수출하는 휴대전화는 연간 6500만여 대에 이른다. 유럽시장에 팔리는 휴대전화 10대 중 3.5대(35%·올해 2분기 기준)가 국내 두 회사 제품이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