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대 민선 회장 ‘非理非理’… 농협 또 구설수 당혹

  • 입력 2008년 11월 27일 02시 59분


농협중앙회가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이 청탁과 함께 거액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검찰 수사 결과 제기되면서 농협이 또다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특히 농협중앙회장을 일선 조합장의 투표로 뽑기 시작한 1988년 이후 농협을 이끌어 왔던 전직 중앙회장 3명이 모두 비리 혐의로 불명예 퇴진과 함께 사법 처리돼 농협의 신뢰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26일 농협중앙회와 농림수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1988년 조합장 및 중앙회장 직선제를 뼈대로 하는 농협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지금까지 모두 4명의 회장이 배출됐으나 최원병 현 회장을 제외한 1∼3대 회장이 모두 검찰에 구속됐다.

초대 한호선 회장은 1994년 3월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됐고, 2대 원철희 회장 역시 재임 기간 중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1999년 4월 구속됐다.

원 전 회장에 이어 3대 농협중앙회장을 지낸 정대근 전 회장은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았던 한호선 원철희 전 회장과 달리 뇌물수수 혐의로 2006년 5월 체포된 데 이어 지난해 7월 법정 구속돼 현재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2005년 말 서울 서초구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 터를 현대자동차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현대차로부터 3억 원을 받은 혐의였다.

여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가 세종증권의 대주주였던 세종캐피탈 측의 청탁을 받고 정 전 회장을 연결해 준 사실과 함께 정 전 회장이 홍기옥 당시 세종캐피탈 대표로부터 50억 원을 받은 혐의까지 나와 더 큰 비리 사건에 휘말리게 됐다.

이처럼 민선 역대 회장이 각종 비리 사건에 연루돼 줄줄이 구속되면서 농협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농협의 경제 및 신용 등 주요 사업부문 대표는 중앙회장을 통해서만 추천할 수 있는 데다 전체 이사진 30명 가운데 3분의 1인 10명의 사외이사도 회장 추천을 받아야 하는 등 회장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돼 있다는 것.

전체 감사위원 6명 가운데 3명이 이사진에서 배출되는 탓에 감사시스템에도 연쇄적으로 회장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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