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금융시장 불안 속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던 러시아, 브라질, 원자재 펀드들의 수익률이 현지 증시 폭락과 유가 급락 등의 영향으로 최근 들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15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설정액 10억 원 이상의 해외 주식형 펀드 중 19개 러시아 펀드의 3개월 수익률은 15일 기준 ―65.16%까지 추락했다. 이는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777개)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인 ―35.39%의 두 배에 가까운 손실 폭이다. 러시아 펀드는 다른 대부분의 해외 펀드가 부진했던 5월만 해도 한때 3개월 수익률이 16%나 됐었다.
브라질 펀드(19개)도 5월 말 28%나 됐던 3개월 평균 수익률이 현재 ―53.40%까지 떨어졌다. 원자재 펀드(17개) 역시 7월 중순 9%에서 현재 ―37.39%로 추락했다.
러시아, 브라질 펀드는 올 상반기만 해도 현지 증시의 강세 덕분에 일명 ‘러브 펀드’로 불리며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되고 이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도 커지면서 현지 증시가 급락하는 등 상황은 달라졌다.
러시아 증시의 RTS지수와 브라질 증시의 보베스파지수는 올 5월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급등했지만 지금은 당시에 비해 각각 65%, 44% 폭락했다. 원자재 펀드의 부진은 최근 고점 대비 50% 가까이 떨어진 국제유가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그나마 좋은 성적을 내던 해외 펀드마저 수익률이 악화되면서 손실을 피해 펀드를 갈아타려는 해외 투자자들은 선택의 폭이 더욱 좁아지게 됐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