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신규투자 억제, 달러 확보 팔 걷었다

  • 입력 2008년 10월 6일 02시 56분


구제법안 통과후에도 세계 경제 불안감 여전

상의설문서 업체 51% “수출 감소 예상” 응답

■ 산업계 미국발 금융위기 후폭풍

《대우부품은 이달 1일 120억 원 규모의 유상 증자를 통해 신규 사업을 추진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이 회사는 액정표시장치(LCD) 및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 제조업체인 트라이비전디스플레이와 무인헬기에 탑재하는 고화질 촬영 시스템 제조업체인 NSH의 지분을 취득할 계획이었다. 대우부품 측은 “신규법인 출자(出資) 등 외형 확대를 자제하고 내부에서 진행 중인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경영상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산업계가 신규 투자 계획을 취소하거나 미국 달러화 확보에 나서는 등 글로벌 경제 불안의 ‘후폭풍’을 차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하원이 3일(현지 시간) 미 정부의 7000억 달러 구제금융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당분간 실물경제 불안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산업용 설비 제조업체인 스페코는 8월 최근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 있는 풍력발전용 윈드타워 제조공장을 인수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스페코 측은 “대내외 금융 불안이 이어지고 있고 불투명한 경제환경으로 공장 인수 후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돼 본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C&중공업은 계열사인 신우조선해양 보유 지분 28.67%를 모두 매각하기로 했고 C&우방랜드도 갖고 있는 C&우방과 C&한강랜드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당장 위기가 아닌 기업들도 사업 계획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는 분위기다.

LG화학은 수출 비중이 높아 원-달러 환율 상승 덕을 보고 있지만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미래 성장동력 관련 투자는 계속하되 급하지 않은 투자와 불필요한 비용은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당분간 해운회사들이 금융시장에서 돈을 끌어들여 선박을 발주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수주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설비를 확장하는 ‘공격적’ 경영보다는 기존 수주 물량을 충실히 소화하는 ‘수비적’ 경영으로 전환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유동성 확보 및 수입 대금의 원활한 결제를 위해 ‘달러 확보전’에 나서는 기업도 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을 비롯한 종합상사들은 선물환으로 환변동에 대비하면서 최근 달러 품귀 현상이 나타나자 이미 확보한 달러를 즉각 환전하기보다는 일정 기간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는 제품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철광석 유연탄 등의 원료 수입 대금으로 그대로 지불해 환차손을 최소화하는 ‘내추럴 헤징’을 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당분간 수출이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수출 기업 305개사를 대상으로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 업체의 51.1%는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답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5일 ‘긴급 현안 분석 자료’를 통해 “미국 구제금융법안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2010년까지 실물경제 불안이 지속되고 국내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부·경제부 종합

정리=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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