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企銀·금융지주사 모두 합병파트너 가능성 열어놔”

  • 입력 2008년 9월 6일 02시 58분


황영기 KB금융지주회장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한국산업은행, 기업은행 모두 원론적으로 합병 파트너가 될 수 있어요. 회사마다 강점이 있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은 5일 “국내 다른 금융지주나 대형 은행과 대등한 입장에서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황 회장의 집무실에서 외부 행사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황 회장을 만났다.

국민은행 지주사 전환에 반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식 비율은 이날 전체 발행 주식의 11.38%로 최종 집계됐다. 지주사 전환의 전제 조건인 ‘발행 주식의 15% 이내’를 충족해 KB금융지주 출범이 공식 확정된 것이다.

○ “메이저와 대등 합병 구상 중”

“세계는 지금 ‘금융 올림픽’ 중입니다. 우리도 국내 대표선수를 뽑아 아시아경기라도 내보내야 합니다. 국내 대표 금융기관을 키우려면 한 회사가 다른 회사의 경영권을 일방적으로 ‘인수’하는 개념이 아니라 대등한 입장에서 ‘합병’하는 방안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합니다.” 이날 황 회장은 지주회사 출범 후에 추진할 구상을 거침없이 밝혔다.

“주주들이 KB금융지주에 한국의 ‘내셔널 챔피언’을 만들어 금융시장 재편의 주역이 되라는 임무를 준 것”이라고도 했다. 취임 일성으로 한국의 금융권에 ‘합병의 러브 콜’을 보낸 것이다.

그는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주주들을 설득하면서 이런 생각을 굳혔다”면서 “대등한 자격으로 양 금융회사가 합병한 뒤에 양측 경영진 중 가장 유능한 사람이 경영을 맡아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방식”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외환은행과 관련해서는 “인수 가능성이 낮아졌지만 HSBC가 외환은행을 포기한다면 다시 나설 뜻이 있다”며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 “세계적 IB 인수는 우선순위 떨어져”

산업은행이 미국 4위의 투자은행(IB)인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개인적으로 인수 제안을 받은 적은 없다”면서도 “민유성 산업은행장의 생각을 존중하고 그 같은 발상 자체에 경의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스트라이크 존이 무릎 부분인데 비슷하게 오면 당연히 쳐야 한다”며 “국내 금융회사 여럿이 힘을 모아 미국 IB를 인수하려는 시도는 해볼 만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 LG 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황 회장은 “KB금융지주는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등 아시아 시장에 먼저 진출하는 ‘빅 아시아’ 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미국 IB 인수는 우선순위가 떨어진다”며 현재 시점에서는 당장 IB인수전에 뛰어들 뜻이 없다고 밝혔다.

○ “팀워크 깨지면 오로지 ‘황영기 책임’”

황 회장은 “지난달 25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신청한 주식 수를 집계했더니 17.4%였다. 피를 말리는 숫자였다”고 털어놨다. 9월 1, 2일 주가가 폭락하면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주가 15%를 넘을까 상당히 마음을 졸였다는 것.

그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신청하고 행사를 하지 않은 주주 등 지주사 전환에 찬성해주신 주주께 마음으로부터 감사 드린다”고 거듭 말했다.

황 회장은 “현재 업계 1위인 국민은행을 비롯해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 비(非)은행 부문 자회사도 최소 업계 3위 안에 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KB금융지주가 ‘내셔널 챔피언’이 되려면 하위 부문도 모두 3위 안에는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은행 부문에서는 특히 자산운용에 신경 쓸 생각이다. 그는 “증권, 자산운용, 보험 모두 중요하지만 굳이 하나를 뽑으라면 자산운용을 뽑을 것”이라며 “자본시장통합법이 내년 2월부터 시행되면 다양한 금융상품이 나오고, 자산운용을 잘하는 회사들이 상당한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 김중회 KB금융지주 사장과의 팀워크를 묻는 질문에 황 회장은 “서로 하는 일이 바빠서 싸울 일이 없다”며 “팀워크가 깨지면 오로지 황영기의 책임”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 용 기자 parky@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 황영기

△서울고, 서울대 무역학과 졸업, 영국 런던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1975년 삼성물산 입사

△1982∼86년 영국 BTC은행 서울지점 부장

△1999∼2001년 삼성투자신탁운용 사장

△2001∼2004년 삼성증권 사장

△2004∼2007년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 강화특별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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