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놓치는 7가지 유형’…“3개월 못버틸것” 엄포에 발돌려

  • 입력 2008년 7월 14일 02시 56분


면접관이 회사 단점만 나열… 면접자 신변 노출 하기도

“연봉-복지 좋으면 오겠지 하다 사소한 실수로 영입 못해”

대기업의 제조업 계열사인 P사에 임원급 엔지니어로 지원한 임모(45) 씨는 사장 면접에서 상당히 당황했다. 면접을 다른 지원자 2명과 동시에 봤기 때문이다.

경력 면접은 1 대 1로 실시해 지원자의 신변 노출을 막는 게 예의다. 특히 임원급이면 면접 때 더욱 신경 쓰이기 마련이다.

임 씨는 P사 입사를 포기했다. 지원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고 P사에 입사하더라도 성장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사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핵심 인재를 영입하려 하지만 영입 과정을 소홀히 해 인재 채용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동아일보 산업부는 헤드헌팅 전문기업인 엔터웨이파트너스에 의뢰해 기업들이 인재를 영입할 때 저지르기 쉬운 실수 유형 7가지를 알아봤다.

○ 연봉보다는 성의 있는 자세가 우선

다국적 기업 C사의 영업직에 지원한 박모(38) 씨는 면접에서 “업무가 힘든데 버틸 수 있겠느냐, 주말에 제대로 못 쉴 텐데 괜찮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면접관은 회사의 장점보다 단점을 열거하면서 “3개월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첫 대면부터 기(氣)를 죽이면 지원자는 그 기업에 대해 편견을 갖기 쉽다. 면접관은 ‘영업직이기 때문에 마음 굳게 먹으라’는 의미로 질문을 던졌지만 박 씨는 심한 부담감으로 결국 입사를 포기했다.

교육 관련 기업인 P사에 면접을 보러 간 김모(40) 씨는 2시간 이상을 기다리는 홀대를 받았다. 김 씨는 교육 업계에서 쌓은 실력과 경력을 바탕으로 임원급 입사에 도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 씨는 자신보다 어린 직원이 손가락으로 “저쪽에서 대기하시라”며 예의를 갖추지 않는 것을 보고 P사 입사를 접었다. 입사해 봐야 자신을 인재로 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임철원 엔터웨이파트너스 부장은 “대부분 국내 기업들이 우수한 연봉과 복지를 제시하면 핵심 인재를 쉽게 스카우트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며 “하지만 인재들은 홀대나 사소한 실수를 이유로 입사를 접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 ‘핵심 인재라는 믿음 줘야’

정보유출형 기업과 무성의형 기업도 인재를 놓치기 쉬운 대표적인 유형이다.

대기업의 반도체 계열사인 T사에 지원해 1차 면접에 합격한 정모(34) 씨는 현 직장에서 이직 시도 사실을 알게 돼 큰 곤욕을 치렀다. T사가 면접 후 현 직장에 직접 평판조회를 하면서 이직 계획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현재 정 씨는 현 직장을 사직하고 T사의 최종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T사의 배려 부족에 크게 실망했지만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 D사에 지원한 김모(36) 씨는 면접에서 “이력서를 확인해 보니 우리가 찾는 사람이 아니다”는 황당한 말을 들었다. 이미 서류전형을 통과한 김 씨는 D사가 애초 이력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실수 때문에 수모를 당한 셈이다.

이 밖에도 한번 결정한 내용을 뒤집는 번복형 기업, 불가능한 조건을 고집하는 억지형 기업도 인재를 떠나게 만드는 대표적인 예로 꼽혔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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