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전화번호부, 인터넷서 ‘제2의 창업’

  • 입력 2008년 6월 26일 02시 57분


5년전 문연 ‘아이슈퍼페이지’

번호검색-업체 각종 정보제공

인터넷 틈새 서비스 자리잡아

‘전화번호부 회사는 전화번호부만 만든다?’

1997년 민영화한 이후 인터넷 등 온라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한국전화번호부㈜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1966년 한국전화번호부공사로 출발해 30여 년 동안 ‘노란’ 전화번호부 책을 만들던 한국전화번호부는 KT에서 전화번호 정보를 제공받아 공식적으로 전화번호부를 발행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가 펴내는 ‘노란’ 전화번호부는 한동안 일상생활에서 요긴하게 쓰였다. 하지만 민영화 직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영세 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 영업이 어려워진 데다 2000년대 들어 인터넷, 휴대전화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갔다.

민영화 직후인 1998년 623억 원이던 매출은 2006년 441억 원까지 떨어졌다. 2005년에는 영업손실만 18억 원이나 됐다. 민영화 당시 800명이 넘던 직원은 2003년과 2006년 2차례에 걸친 구조조정으로 513명으로 줄었다.

이택상 한국전화번호부 사장은 “외환위기와 인터넷 등 온라인 활성화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며 “노조도 강성이어서 구조조정 작업도 쉽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쇠락을 거듭하던 한국전화번호부는 여러 형태의 ‘맞춤형’ 전화번호부 책자 발행과 함께 온라인 공간에서도 다양한 사업을 펼치며 생존을 위한 싸움을 시작했다.

기존 인명 전화번호부 외에 업종별, 상호별 전화번호부를 발행한 데 이어 두꺼운 책자 외에 차 안이나 야외활동 때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미니 전화번호부’ 등 다양한 형태의 전화번호부를 만들었다.

전화번호부뿐 아니라 30, 40대 주부를 타깃으로 하는 고품격 여성 월간잡지인 ‘로컬 매거진’과 지역 밀착형 생활정보지 등도 발행해 틈새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사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003년 문을 연 ‘아이슈퍼페이지’는 전화번호 검색과 업체 위치 정보 등을 제공하는 사이트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지난해 중소, 영세 자영업자들의 홍보와 마케팅을 지원하기 위해 이 사이트를 전면 개편했으며 지난달에는 이들에게 도메인 및 홈페이지 제작 등을 지원하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한국전화번호부는 2010년 연 매출 1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여건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민영화 이후 전화번호부 시장에 뛰어든 업체가 전국적으로 200여 개가 넘는 데다 이 회사를 사칭한 변칙 영업이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경쟁업체와 차별되는 획기적인 온·오프라인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영세 자영업자의 도우미로 자리를 확고하게 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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