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시대… 어른들도 과자먹게 해야죠”

  • 입력 2008년 6월 20일 03시 01분


김상우 오리온 사장이 18일 서울 용산구 문배동 오리온 사옥 집무실에서 최근 선보인 과자 ‘닥터유 컬렉션’을 보여주고 있다. 김재명 기자
김상우 오리온 사장이 18일 서울 용산구 문배동 오리온 사옥 집무실에서 최근 선보인 과자 ‘닥터유 컬렉션’을 보여주고 있다. 김재명 기자
오리온 김상우 사장 “몸에 좋은 건강한 과자 만드는게 철학”

“창의력은 ‘오징어땅콩’과 같습니다. 스낵 오징어땅콩은 오징어에 땅콩을 싸 먹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탄생해 30년 넘게 사랑받고 있어요. 기발한 아이디어는 일상생활 속에 숨어있는 법이죠.”

김상우(51) 오리온 대표이사 사장은 오징어땅콩 마니아다. 집무실에 오징어땅콩을 갖다 놓는 것은 기본이다. 맥주를 마실 땐 꼭 오징어땅콩이 있어야 한단다. 그래서 오리온 직원들은 김 사장과 회식을 할 때면 오징어땅콩부터 챙긴다.

“어릴 적부터 과자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다 보니 제과회사에 온 거죠.”

18일 서울 용산구 문배동 오리온 사옥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김 사장은 과자를 먹으며 이야기했다. 그는 1987년 동양제과(오리온의 옛 이름)에 입사해 쭉 마케팅을 해오다 사장까지 오른 이른바 ‘성공한 샐러리맨’이다.

○ 따조 열풍은 ‘펀’ 마케팅 작품

마케팅 전문가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히트상품은 뭘까.

“1994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출장을 갔더니 봉지 안에 딱지 같은 것을 넣은 스낵이 인기였어요. 우리나라 아이들의 딱지놀이 문화와 맞겠다 싶었죠.”

이래서 탄생한 게 1990년대 중반 어린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따조’다. 당시 오리온의 스낵제품들에 하나씩 들어간 따조는 캐릭터가 그려진 일종의 딱지였다. 홈이 파여 있어 레고처럼 조립할 수 있고 종류도 수백 종에 달해 어린이들은 경쟁적으로 따조를 모아댔다.

김 사장은 직접 모은 따조 스크랩북을 기자에게 보여주며 “따조가 나온 1995년부터 2년 반 동안 스낵 매출이 전보다 제품별로 50∼100% 늘었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의 ‘코 묻은 돈’을 노린 상술이 아니냐고 묻자 그는 “당시 마케팅 키워드였던 ‘펀(Fun·즐거움)’을 잘 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감자칩 후발주자였던 ‘포카칩’을 1994년부터 국내 감자칩 가운데 1위로 만든 데도 김 사장의 도전이 한몫했다. 포카칩 신문광고를 오려 가면 슈퍼마켓에서 포카칩 한 봉지를 주는 이벤트를 벌여 소비자들과 슈퍼마켓 주인들에게 인지도를 높였다. 지난해 포카칩은 5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포카칩의 유래 또한 재미있다. 소비자들에게 제품명을 확실히 각인시키기 위해 당시 유행했던 ‘포커’에서 딴 것이라고 한다.

김 사장은 “최근엔 ‘건강’이 먹을거리의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믿을 만한 과자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 기자

○ 중국 베트남 러시아 시장 공략할 것

오리온은 지난해부터 전 제품에 트랜스지방을 없앴고 포화지방을 낮추기 위해 스낵에 쓰는 기름을 팜올레인유에서 해바라기유로 바꿨다.

또 건강한 과자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1월부터 ‘닥터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서울대 가정의학과 교수 출신인 유태우 박사와 함께 오리온 제품들의 영양소를 분석해 몸에 안 좋은 식품첨가물은 빼고 나트륨이나 콜레스테롤 등은 낮추면서 꼭 필요한 영양소를 보충했다.

한국인의 몸에 맞는 영양소를 고려해 ‘초코파이’와 ‘카스타드’ 등 기존 제품 10종을 새로 내놨고 ‘닥터유 컬렉션’이라는 브랜드로 제품 5종을 선보였다. ‘오리온 과자=건강식’이라는 이미지가 소비자들에게 확고히 자리 잡도록 제품 차별화를 선언한 것이다.

출산율이 낮아져 과자의 주 소비층인 아이들이 적어지면서 과자 시장이 정체 상태인 데 대해 김 사장은 “어릴 적부터 과자를 먹고 자란 성인들을 공략하겠다”며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시장 장악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내 자녀와 부모, 형제 같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당당히 먹일 수 있는 건강한 과자를 만드는 게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몸에 좋은 과자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오리온호(號)’의 선장 김 사장이 다음엔 어떤 작품을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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