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마주보기]유가급등 버블논쟁… 시간이 답이다

  • 입력 2008년 6월 4일 03시 01분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한 원유 가격을 놓고 버블 논쟁이 뜨겁다. 2년 전 원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정확하게 예측한 골드만삭스가 최근 다시 암울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

이런 추세라면 배럴당 150달러는 물론이고 여차하면 200달러까지도 갈 수 있다는 내용이다. 또 어떤 비관론자는 원유 매장량이 급속하게 고갈되고 있어 10년 내 1000달러도 무리한 숫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중국 사정을 보자. 지난해 중국에서 팔린 자동차가 500만 대를 넘어섰다. 만약 중국인들이 미국인들처럼 두 명에 한 명꼴로 자동차를 보유하게 되면 추가로 늘어날 자동차 대수만 현재 전 세계에 굴러다니는 차량 수보다 많아진다.

그런데 어디 중국만 차가 늘겠는가. 인도 러시아 브라질 사람들은 언제까지 걸어만 다닐까. 그 밖의 나라들까지 생각하면 아찔하다. 이런 상황을 보면 언젠가 고갈될 석유 자원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은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의 유가가 버블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상당히 다르다. 우선 현재의 수급 불안은 투기적 요소가 강하다고 지적한다. 25년 동안 평균 20달러 안팎에 머물던 유가가 최근 4년 새 5배 이상 폭등한 것은 정상적인 수급논리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사이 세계 전체의 자동차 대수뿐 아니라 에너지 수요가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유가는 별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오르기 시작한 것은 결국 마땅한 투자처가 없던 과잉 유동성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분명한 것은 수급에 대한 불안, 사재기, 달러 약세, 그리고 투기적 요소가 유가 폭등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네 가지 요소 중 하나만 반대로 변한다면 유가는 급전직하로 추락할 수도 있다.

만약 그날이 온다면 우리는 어이없는 공포감과 투기로 지불한 가격이 얼마인지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훗날 우리가 또 하나의 가장 극적인 투기시장을 보았다고 회고할 수 있기를 바랄 따름이다.

이상진 신영투자신탁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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