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GE가전 딜레마’

  • 입력 2008년 5월 30일 02시 58분


“세계 가전판도 바꿀수도…경쟁사 움직임 따라 인수참여 저울질”

‘남 주자니 걱정 되고, 내가 먹자니 부담스럽고….’

GE의 가전부문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 유력 후보 기업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LG전자가 고민하고 있다.

GE의 가전부문 매각 문제는 세계 가전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고 LG전자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대한 사안이지만 쉽게 가부(可否)를 결정할 수 없는 속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LG전자는 28일 오후 “(GE 가전부문 인수 문제가) LG전자에 미치는 영향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진행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하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남용 부회장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GE 매각 및 인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자신의 발언을 일부 언론에서 ‘인수 적극 검토’로 해석하자 상당히 난처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28일 방한 중이던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이 “(가전부문 인수 후보 기업 중) LG전자가 가장 앞서가고 있다”고 말하며 ‘LG의 인수 가능성’에 기름을 붓자 LG전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몰리게 됐다.

LG 내부에서도 “이번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만큼 충분한 현금이 없고, 일부 사업은 중복돼 시너지 효과를 내기 힘들지 않으냐”는 의견이 많지만 “GE가 미국 가전시장 2위인 만큼 북미 지역 공략을 위한 좋은 카드”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다양한 인수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 방안을 내부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특히 중국 하이얼의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현재 가전부문 14위인 하이얼이 GE 가전부문을 인수할 경우 ‘톱5’ 업체로 급상승할 뿐만 아니라 최대 약점인 ‘저가(低價) 브랜드’ 이미지도 크게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전자 측은 “세계 2위인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나 4위인 독일의 보슈가 인수할 경우에는 미국 시장 입지를 강화하며 세계 1위로 등극하게 된다”며 “경쟁사 중 누가 적극적인 인수 의사를 보이느냐에 따라 LG전자의 인수전 참여 향방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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