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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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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불법집회’로 규정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가 6일 저녁에도 서울 도심 2곳에서 열린다.
경찰은 문화 행사로 진행한다면 개최 자체를 막지 않겠지만 정치적 구호가 나오는 등 행사가 변질되면 주동자를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뚜렷한 대응방안이 없어 고심하는 눈치다.
2, 3일에 이어 5일에도 전국 43개 대학 총학생회가 참여한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소속 대학생 500여 명이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참가자 안전 고려 강제 해산 안할 듯=한진희 서울지방경찰청장은 5일 “문화제가 정치적 성격을 띤 집회로 바뀌어도 중고교생을 포함한 참가자의 안전 때문에 강제 해산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경고방송을 하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한 뒤 주동자를 사법처리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열린 두 차례의 촛불문화제에도 참가자들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뒤 모였다. 관련된 단체가 너무 많아 주최 측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경찰은 문화 행사와 집회를 구분하는 기준 및 판례가 많지 않아 판단하기 어렵지만 정치 사회적 의견을 제시하거나 선동하면 정치적 집회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6일 저녁에는 인터넷 모임인 미친소닷넷이 청계광장에서,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연다.
환경운동연합, 함께하는 시민운동 등 1000여 개 단체는 6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광우병 위험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긴급대책회의’를 출범시킨다.
▽중고교생까지 집회 참가=중고교생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이 단순한 의사 표명을 넘어섰다는 우려가 많다.
최근 ‘천사’라는 발신인 명의로 “5월 17일 단체 휴교시위. 문자 돌려주세요”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가 전국의 중고교생에게 보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인천 계양구의 주부는 “학생 사이에서 (촛불시위를) 제2의 ‘4·19혁명’처럼 만들자는 얘기가 오간다”고 걱정했다.
김모(고3) 군은 “집회에 갔다 온 친구들이 남긴 글을 보면 학생이 그런 곳에 참여했다는 데 자부심과 감동이 큰 듯하다”고 말했다.
안동근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청소년이 익명으로 떠도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그대로 수용해 이성적인 판단 없이 충동적으로 군중심리에 휩쓸리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교육청 계기수업 추진=서울시교육청은 광우병 괴담을 믿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 참여하지 않도록 중고교생을 설득하고 특별 계기수업을 통해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로 했다.
김경회 부교육감은 5일 “인터넷에 떠도는 괴담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학교의 조회나 종례, 재량시간을 이용해 강조하겠다. 좀 더 과학적인 설명을 하기 위해 미국산 쇠고기와 질병 관련 전문가를 초빙해 교사를 교육시키겠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6일 오전에 생활지도학교 부장교사 101명, 고교 교장 25명, 지역교육청 학무국장 11명 등이 참석하는 ‘긴급 생활지도 회의’를 개최하고, 학생들이 시위에 참여하지 않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