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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8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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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대기업그룹 총수의 독단적인 전횡을 막기 위해 사외이사 비율 확대 등 각종 지배구조 개선책이 도입됐지만 이는 오히려 기업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7일 내놓은 ‘기업의 소유·지배구조와 기업가치 간의 관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경험 보고서’(저자 조동근 명지대 교수, 변민식 명지대 겸임교수)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1∼2005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524개 제조회사를 분석한 결과 총수 지분이 높은 회사일수록 경영성과가 좋은 반면 사외이사 비율이 높은 회사일수록 그 반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기업들은 지배주주 지분이 49∼51%가 될 때까지는 기업가치(ROA)도 계속 올라가다 지분이 51%를 넘어서야 ROA가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지만 조사대상 524개 기업의 지배주주 평균 지분은 22%로 기업수익률을 극대화시켜주는 지배주주 지분(49∼51%)에 크게 못 미쳤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기업은 지배주주의 지분이 높을수록 경영성과가 양호하다는 가설이 성립한다고 이 보고서는 설명했다.
반면 사외이사 비율과 경영성과는 반비례해 이사회에서 사외이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경영성과는 오히려 부진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보고서는 “소유의 집중이 재벌의 비효율을 낳는 요인이며 대주주 지분을 낮추면 기업가치가 올라간다는 과거의 일부 연구 결과가 외환위기 이후의 기업 현실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또 보고서는 “‘총수가 소유권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하면 기업의 경영성과를 해친다’는 가설도 소유지배괴리도 등 어떤 지표를 이용해도 입증할 근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업들의 외국인 지분이 높아져 지배주주의 전횡을 막는 시장규율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조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경영에는 총수의 빠른 의사결정 등 속도가 중요하며 이른바 ‘민주적 경영’은 허구일 수도 있음을 실증하는 것”이라며 “과거의 잣대로 재벌 폐해를 논하는 것은 오류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