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은 1953년 4월 8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평동 4번지를 사들여 선경직물을 세웠다. 직원과 함께 마차를 이용해 5km 떨어진 하천에서 돌과 자갈을 날라 공장을 세웠다. 설비라고 해봐야 중고 직물기계 15대가 고작이었다.
5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SK는 78조 원(2007년 말 기준)의 매출을 올리는 한국 재계 서열 3위(공기업 제외)의 글로벌 기업으로 비약적 성장을 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기업이 반세기를 넘어 존속할 수 있는 것은 SK 고객과 주주의 믿음과 사랑, SK 구성원의 신뢰와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지금까지 만들었던 행복보다 더 큰 행복을 창출하는 글로벌 SK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 섬유에서 에너지 통신 주력그룹으로 변신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1962년 선경직물 부사장으로 경영에 합류한 고 최종현 회장(최종건 회장의 동생)은 1975년 석유부터 섬유에 이르는 산업의 수직계열화를 당면 목표로 정했다. 1974년 석유파동을 뼈저리게 체험했기 때문이다.
이는 1980년 민영화 문제가 제기된 대한석유공사(현재 SK에너지) 인수로 이어졌다. 또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재 SK텔레콤)을 인수하면서 정보통신사업에 진출했다. 섬유기업이 에너지와 통신을 주축으로 하는 그룹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선경직물 설립이 제1의 창업이라면 수직계열화 선언은 제2의 창업이라고 SK그룹은 자체 평가한다.
SK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조직이 최종현 회장이 1982년 만든 자원기획실이다. 그가 꿈꿨던 ‘무(無)자원 산유국’의 꿈은 아들인 최태원 회장에 이르러 영글고 있다.
SK는 현재 세계 16개국, 29개 광구에서 석유 탐사와 개발 생산을 하고 있다.
○ 글로벌 경영으로 제3의 창업
2008년은 최태원 회장에게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다. SK㈜(현 SK에너지) 회장에 취임해 ‘책임경영’에 나선 지 10년째이면서 지주회사로 전환한 지 1년이 되는 해이다.
2003년 분식(粉飾)회계 사태와 외국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SK가 이후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안착한 것은 제3의 창업으로 평가받는다.
최태원 회장의 요즘 화두는 글로벌 경영이다. 최근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글로벌 전장에서 전리품을 가져오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11∼13일 중국 하이난 섬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10일 출국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경영에 나선다.
최태원 회장은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의 이사(理事)이고 SK는 이번 행사의 스폰서로 참여해 가장 많은 후원금을 낸다.
올해 들어 중국의 런민일보 등 10여 개 언론매체가 SK를 소개하고 분석하는 기사를 실을 정도로 SK의 중국사업은 주목을 받고 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