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봅시다]권영수 LG필립스 LCD 사장

  • 입력 2007년 7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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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수(50·사진) LG필립스LCD 사장은 LG전자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이다. CFO 시절 그의 별명 중 하나가 ‘칼’이었다. 부하 직원들에 대한 인사 평가 등 모든 면에서 맺고 끊는 것이 분명했다.

그가 1월 사장으로 취임하자 한때 LG필립스LCD 안팎에서는 “‘칼바람(대규모 구조조정)’이 불 것”이란 말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권 사장은 ‘칼’ 대신 ‘배려(마음을 움직이는 힘)’란 제목의 경영 서적을 꺼내 들었다. 책에 일일이 자필 서명을 하고 임원, 팀장, 노조 간부들에게 나눠 줬다. 이른바 ‘배려 경영’을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임직원에 대한 배려의 의지이자 동시에 ‘고객을 이해하고 배려하라’는 강한 주문이기도 했다.

권 사장의 이런 변화는 회사 실적의 ‘신바람’으로 이어졌다. 10일 발표한 2분기(4∼6월) 실적에서 사상 최대 매출인 3조3550억 원과 영업이익 1500억 원을 기록하며 1년의 적자 터널에서 벗어난 것이다.

해외투자자 대상 설명회와 거래 기업들과의 회동을 위하여 12일 출국해 일본 홍콩 등을 거쳐 대만에 머물러 있던 권 사장과 17일 e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이렇게 일찍 ‘턴 어라운드(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는가. 소감은….

“직원들이 실적 개선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해 왔고 한마음으로 노력해 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라고 걱정했던 일들을 척척 해내는 직원들을 볼 때 참으로 고맙고 자랑스럽다.”

그는 이 부분은 꼭 강조해 달라는 뜻으로 빨간 색 밑줄을 그어 보내왔다.

―적자 상태의 회사를 맡았을 때 심정은 어땠는가.

“정식 발령이 나기도 전에 경북 구미 사업장으로 가서 임원들을 만났다. 그 정도로 처음에는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되나’ 하고 걱정을 많이 했다. 막상 업무를 시작해 보니 직원들의 능력도 훌륭하고, 열의도 높아 머지않아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

이어 “실적 개선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들을 했는지 말해 달라”고 하자 제법 긴 답변이 돌아왔다. 그만큼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했다.

권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좋은 회사란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어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강한 체질을 갖춘 기업”이라고 강조했다고 했다. 극한의 상황을 설정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모든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야 하는 ‘극한 도전’을 주문했다.

그가 3월에 신설한 ‘맥스 캐퍼(Max Capa)’란 상무급 조직은 기존 생산능력의 극대화를 통해 회사의 효율성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

권 사장은 “내가 강조하는 배려 경영이나 극한 도전 모두 돈이나 설비의 문제가 아니고, 결국 사람에게 달려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 역시 가만히 앉아서 지시만 하지는 않았다. 올해 상반기(1∼6월) 중 90일가량을 지방 사업장과 해외 경영의 ‘현장’에 있었다. 이를 위해 종종 주말의 휴식도 반납해야 했다.

권 사장은 인터뷰 말미에 앞으로의 ‘흑자 행진’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노트북용과 모니터용 액정표시장치(LCD) 시장 상황은 3분기(7∼9월)에도 좋을 것입니다. 42, 47인치 LCD 제품을 생산하는 7세대 라인의 생산능력을 (2분기 평균 월 9만9000장에서) 3분기에는 월 13만 장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상황이 좋은 지금이 나중에 올 어려운 시기에 대비하기 위한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는 설명이었다.

권영수 사장은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과(학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공학과(석사)

△1979년 1월 LG전자 입사(기획팀)

△1996년 7월 〃 세계화담당 이사

△2000년 1월 〃 재경팀장(상무)

△2003년 1월 〃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

△2006년 1월 〃 CFO 겸 사장

△2007년 1월 LG필립스LCD 사장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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