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비준 핵심 랭걸 “일부의원, 부정적 의견 내라 압박”

  • 입력 2007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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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 민주당 소속인 찰스 랭걸 하원 세입위원장이 3일 뉴욕 할렘의 한 서점에서 자서전 출판 기념 사인회를 열었다. 그는 한미 FTA 체결에 대한 당내 기류가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미국 의회 민주당 소속인 찰스 랭걸 하원 세입위원장이 3일 뉴욕 할렘의 한 서점에서 자서전 출판 기념 사인회를 열었다. 그는 한미 FTA 체결에 대한 당내 기류가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아니, 집에까지 찾아왔어요?”

미국 뉴욕 할렘이 지역구인 찰스 랭걸(77) 미 하원 세입위원장은 3일 밤 기자가 할렘에 있는 아파트에 찾아가자 대뜸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미국 의회 비준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인물이다. 세입위 산하 무역소위가 한미 FTA를 심의하기 때문에 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그에게 한미 FTA에 대한 당론을 정하도록 위임한 바 있다.

기자가 ‘한국인들에게 관심이 많은 사안인데 만나기 힘들어 집으로 찾아왔다’며 양해를 구하자 그는 “FTA는 매우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문안을 정확하게 분석하기 전까지는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힘들게 입을 열었다.

랭걸 위원장은 한미 FTA 체결 직후 민주당 의원들이 발표한 비판적인 내용의 성명서를 내보이며 “일부 동료 의원이 부정적이다. 나에게도 비판적인 발언을 하라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나는 그 같은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며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6·25전쟁 참전용사이기도 한 그는 의회 친한(親韓)파 의원들의 모임인 ‘코리안 코커스’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대표적인 친한파 정치인이다. 한국에 대한 애정과 FTA에 대한 일부 민주당 의원의 강경한 반응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랭걸 위원장은 이에 앞서 이날 할렘의 한 서점에서 그의 자서전인 ‘그때 이후 더 나쁜 날은 없었다’의 저자 사인회를 가졌다.

그는 사인회를 마친 뒤에도 기자와 만나 “동료 의원들이 한미 FTA 타결 과정에서 미국의 이해관계(쇠고기와 자동차 등)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물론 개선이 있었지만 그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고 본다는 의견이 (민주당 내에는) 있다”고 밝혔다.

랭걸 위원장은 한미 FTA에 대한 민주당의 당론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합의안을 검토한 뒤에 보자”며 말을 아꼈다.

한편 그는 이날 사인회에서 6·25전쟁 참전 경험을 자세하게 밝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에 입대했는데 한국전에 차출됐다. 이전까지는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몰랐다. 1950년 11월 압록강을 넘어온 중공군에 부대에 포위되면서 동료 부대원들이 많이 전사했다. 그때 예수님께 ‘살려만 주신다면 앞으로 말썽을 일으키지 않겠다’고 기도하고 나서 기적적으로 살아 나올 수 있었다. 1950년 11월 30일, 그날 이후 지금까지 나에게 더 나쁜 날은 없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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