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만족… “자유무역 혜택 全미국인 인정할것”

  • 입력 2007년 4월 4일 03시 01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타결 소식이 전해진 뒤인 2일 미국은 정치 경제적 이해득실에 따라 협상 결과에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백악관은 환영 논평을 냈고, 한미 FTA 반대 의사를 표시해 온 민주당 지도부는 비준 과정에서 강도 높은 추궁을 예고했다. 첨단산업 등 제조업계는 대체로 환영했으나 자동차업계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예상대로 쇠고기 수출업계는 강도 높은 불만을 쏟아냈다.》

○ 흡족한 백악관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한미 FTA 체결에 따른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많은 논란과 심야 협상 끝에 마침내 한미 FTA 협상이 타결에 이르렀음을 어젯밤 의회에 통보할 수 있었다”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매우 기뻐했다”고 밝혔다.

페리노 부대변인은 “자유무역법안의 의회 통과는 언제나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자유무역의 기회로부터 혜택을 보고 있다는 점을 미국인이 결국에는 인정할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라고 했다.

○ 찌푸린 민주당 의회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승리로 상하 양원을 지배한 민주당은 대체로 협상 결과에 불만을 표시했다. 물론 공화당도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우려 표시’를 했지만, 큰 흐름이 되지는 못했다.

샌더 레빈(민주당)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장은 예상대로 3일 “심의 과정에 협상안이 바뀌지 않는다면 비준 거부”를 선언했다. 무역소위는 FTA 비준안이 처음 논의되는 곳으로, 그의 지역구는 자동차 3사의 본사가 모여 있는 디트로이트다.

상원의 담당창구인 재무위원회를 이끄는 맥스 보커스(민주당) 위원장도 2일 “이번 결과는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역구인 몬태나 주가 대표적인 쇠고기 수출지역인 그는 이어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를 완전히 풀지 않으면 FTA 합의를 반대하겠다”고 말했다. 재무위 소속으로 역시 미시간 주 출신인 데비 스테비나우 상원의원도 “미국 노동자와 업계에 ‘나쁜 합의(bad deal)’”라고 비판했다.

톰 하킨(민주당) 상원 농무위원장도 “미국산 쇠고기의 합당한 한국시장 접근이 이뤄질 때까지 양국 간 합의안은 미 의회에서 힘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에선 상원 재무위의 척 그래슬리(아이오와 주) 의원이 현재로선 유일하게 “이번 합의가 교역 증대 의미는 크지만, 농업 부분이 예외로 처리된 것은 보호무역주의를 존속시킬 수 있다”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쇠고기 시장 재개방 문제는 특히 목축 농가가 집중된 중서부 및 로키 산맥 지역에서 관심의 초점이 됐으며 공화 민주당 간 표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한국에 대한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 지역 유권자는 낙태 동성애 등 사회 이슈에는 보수적이지만, 농업보조금에 의존하는 바람에 전통적으로 공화당과 민주당이 번갈아 가며 선거에서 승리했다.

○ 대체로 만족한 업계

민간단체인 무역비상위원회(ECAT) 콜먼 코언 회장은 “FTA가 효력을 발휘하면 한국 시장의 주요 무역장벽이 제거된다”며 “농업인, 서비스 제공업자, 제조업자들에게 기회를 준다”며 환영했다.

미 국제기업협의회(USCIB) 역시 성명서를 통해 “한미 FTA는 미국에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USCIB는 미국 내 300여 개 대기업 연합체로 오랫동안 자유무역 확대를 요청해 왔다.

한국 수출 확대를 노리는 전자업계와 음반업계는 협상 타결을 반겼다.

미 전자협회(AeA) 롬 멀리건 부회장은 “한국에서 미국산 첨단제품에 붙었던 관세가 없어지고, 서비스 접근을 개선하며, 지식재산권 보호 및 비관세 규제 장벽을 낮출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지식재산권 침해 방지를 줄곧 주장해 온 미 음반산업협회도 “이번 타결을 계기로 한국 시장이 취약한 인터넷 관련 저작권 보호 의무를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신중한 자동차업계

최악의 경영난에 빠진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 자동차회사들은 “타결 내용이 기대에 부응하지 않았다”고 반응했다. 미국은 3000cc 이하 한국 차는 즉각 무관세로 해주기로 했고, 한국에는 대형 미국 차에 붙는 세금 인하 및 수입관세 인하를 얻어냈다.

미 자동차무역정책위원회(ATPC)는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합의 내용을 기다리고 있다”며 “보도된 내용대로라면 우리의 기대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미 자동차 업계는 지난달 말 백악관에 서한을 보내 “한국의 자동차 시장 개방에 진전이 없었던 것에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고 미 행정부를 압박한 바 있다.

미국 최대의 노동단체인 미국노동총동맹 산업별회의(AFL-CIO)도 이날 “위기에 빠진 자동차 노동자의 일자리 확대를 위한 한국의 시장 개방 수준이 미흡하다”며 “조합원을 중심으로 한미 FTA 비준 반대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 비준 실패의 대가 걱정

전통적으로 자유무역 확대를 강조해 온 워싱턴의 헤리티지재단은 연구원 논평을 통해 “한미 양자관계 강화가 불러올 미국의 전략적 이득을 미 의회가 깨닫도록 부시 대통령이 의회를 압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 앤서니 김 연구원은 공동으로 작성한 글에서 “한미 FTA 비준은 미국의 대(對)동아시아 경제관계에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을 의미하지만, 비준 실패는 앞으로 수십 년간 파장을 남길 타격을 핵심 동맹국에 가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한미 FTA는 양국 관계를 군사동맹 이상으로 확대하는 이정표”라며 “FTA가 본격 가동되면 현재 연간 750억 달러 규모인 양국 간 교역이 200억 달러 정도 추가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소속 에드 로이스(공화당) 의원은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을 역외 가공방식 인정 조항을 통해 장차 미국 내에 무관세 수입이 가능하도록 한 합의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개성공단 제품이 특혜(무관세)를 받아 가면서 미국에 수입되도록 합의한 것에 대해 USTR의 해명을 바란다”고 말했다.

로이스 의원은 “개성공단 제품은 북한 주민의 ‘노예 노동’으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핵개발을 계속해 온) 북한 체제에 수백만 달러의 현금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 협정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 노동자와 소비자들에게 이로운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카란 바티아 USTR 부대표▼

“FTA 합의문에 개성공단은 없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미국 측에서 최종 진두지휘한 카란 바티아(사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2일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는 전면 시장개방에 나서지 않을 경우 미 의회는 FTA 비준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 타결 후 서울에 머물고 있는 바티아 부대표는 이날 워싱턴 취재진과의 공동 전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를 언제쯤 수입 재개할 것으로 보나.

“미국 정부는 쇠고기 전면 재개방 없이는 의회의 FTA 동의를 받지 못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한국 정부가 이 점을 이해했을 것으로 본다.”

―개성공단 문제는 어떻게 되나.

“일부 언론 보도는 잘못됐다. 이번 합의에 북한 내에서 생산된 제품이 미국에 수출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 개성공단 문제를 토론했지만 이번 합의에 개성공단 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단 역외 가공지대 문제를 논의하는 위원회를 만들자는 조항을 넣었을 뿐이다.”

―이번 합의에서 쌀 개방은 제외됐는데….

“미국은 포괄적인 FTA 협상을 추진했기 때문에 쌀을 포함시키려 했지만, 한국이 정치적으로 쌀 수입 개방을 수용하기란 어렵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

―이번 협정이 다른 나라와의 FTA 협상에 미칠 영향은….

“미국이 아시아의 주요 산업국과 맺은 첫 번째 FTA다. 다른 나라와 무역자유화를 논의할 기본 모형이 될 것이다.”

―미 의회가 FTA 합의안을 승인할 것으로 보는가.

“승인 여부를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서울에서 최종 협상을 주도하는 동안 미 의회와 협의를 했나.

“의회에는 정기적으로 브리핑을 해 왔다. 의회도 서울에서 진행되는 최종 협상 내용을 매일 파악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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