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수십조짜리 ‘큰 장’ 선다

  • 입력 2006년 10월 27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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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M&A) 시장에 현대건설, 대우조선해양, 대한통운 등 ‘대어(大魚)’들의 등장이 임박해 오면서 인수 기업 간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매각이 예정된 이들 기업은 자산 규모가 각각 수조 원에 달해 이들 기업의 인수 여부에 따라 재계 순위마저 바뀔 전망이다. 기업들은 2007년을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점으로 잡고 인수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 현대그룹 북핵 소용돌이 속 현대건설 인수 준비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은 25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우건설 인수는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제 대한통운 인수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본보 26일자 B3면 참조
박삼구 회장 “대한통운 인수도 참여… 해외 적극 진출”

박 회장은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이후 처음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한통운 인수 의사를 재천명하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금호그룹은 신규 사업팀을 중심으로 관련 정보를 파악하고 있으며 꾸준히 지분을 확보해 현재 대한통운 지분 13.43%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북핵 사태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준비를 차분히 진행하고 있다. 현대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최근 3000억 원 규모의 상환우선주를 발행하기로 했다. 또 올해 6월에는 유상증자를 실시해 4200억 원을 마련한 바 있다.

현대상선 김홍인 부장은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재무 투자자들을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며 “현대건설 채권단은 인수에 필요한 자격, 재무 능력 등을 평가할 것으로 보이며 북핵 사태의 영향은 크게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두산그룹은 내년을 기약하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일어난 ‘두산사태’로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은 두산은 공개적으로 M&A 의지를 밝히기보다는 내부적으로 조용히 인수전을 대비하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매각이 예정된 모든 기업에 대해 기본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은 공식 입장을 밝힌 적은 없지만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 인수 기업으로 꾸준히 거론돼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M&A로 성장한 STX그룹은 “일단 내실을 다지는 ‘숨고르기’ 단계에 있다”면서도 에너지·건설 분야를 키울 수 있는 기업을 다각도로 물색하고 있다.

○ 하이닉스-현대건설-대우조선 인수 향방 촉각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인수를 최종 완료하게 되면 재계 순위는 자산기준으로 현재 13위(공기업 제외)에서 10위로 세 계단 상승한다.

이어 대한통운 인수에 성공하면 재계 순위는 변함이 없지만 9위인 한진그룹을 수천억 원 차이로 바짝 따라잡게 된다.

자산규모가 5조 원이 넘는 현대건설이 어느 기업으로 인수되는지에 따라 재계 순위가 크게 바뀐다. 만약 현대그룹이 인수에 성공하면 재계 순위는 현재 16위에서 14위로 올라서게 된다.

재계 자산 규모는 현대중공업그룹(10위)이 17조3000억 원, 한화그룹(11위)이 16조5000억 원, 두산그룹(12위) 13조7000억 원 등으로 1조∼3조 원 차이가 난다. 특히 10위 아래로 내려갈수록 그 격차는 더욱 좁아진다. 이 때문에 하이닉스(13조7930억 원) 대우조선해양(6조2870억 원) 등의 인수 향방에 따라 재계 순위는 크게 바뀔 수밖에 없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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