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기업간 상생경영]‘주식회사 지자체’로 날아라

  • 입력 2005년 11월 3일 03시 12분


《전남 장성군은 ‘주식회사 장성군’이라는 별칭으로 자주 불린다. 이 제목으로 책까지 나왔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견학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인구 5만 명의 작은 군(郡) 단위 행정기관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혁신을 통해 지역과 기업이 함께 발전하는 ‘상생(相生) 모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장성군은 2003년 10월 전국 최초로 소규모 공장이 입주가능한 지역을 고시했다. 국토이용관계법이 개정되면서 3000평 미만의 공장 허가 요건이 까다로워지자 관련 규제를 과감히 풀고 공장 입주가 가능한 지역 21곳을 선정해 공개한 것이다. 공장 지을 곳이 없어 쩔쩔매던 기업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삼성전자 가전라인이 광주로 이전하면서 협력업체 29곳도 장성군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대부분 공장 부지가 3000평 미만의 작은 규모다. 올해도 17개 기업이 장성군으로 옮겨 왔다.

강일권 장성군 기업지원계장은 “지난해부터 기업들이 옮겨 오면서 1200여명의 고용효과가 발생해 지역 경제도 덩달아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 기업인 예우조례-전담반 구성도

투자기업에 대한 지자체의 애정은 각별하다.

광주는 삼성전자 가전라인의 이전을 기념해 ‘삼성의 날’을 제정했다. 삼성전자와 협력업체의 각종 인허가 업무와 채용 등을 지원하는 전담반도 구성했다. 조례를 만들어 ‘기업인 모시기’를 공식화한 지자체도 늘고 있다.

부산은 6월 기업인을 예우하는 내용의 조례를 공포했다. 이에 따라 세제와 자금 지원 등의 혜택을 준다.

기업들의 고충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기업애로해소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민간인을 기업 옴부즈맨으로 위촉해 기업의 어려움을 풀어 주고 있다. 10월까지 5개월간 74건의 기업 고충을 상담하고 이 가운데 25건을 처리했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내세우는 대구도 9월부터 자금 지원과 기업인 예우 전담 공무원 지정 등을 내용으로 하는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이어 울산이 지난달 24일 ‘기업사랑 및 기업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고 창원시도 이날 이와 비슷한 내용의 조례를 입법예고했다.

● 투자와 봉사로 지역사회 공헌

기업은 지자체의 지원에 대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화답하고 있다.

포스코는 수익의 일부를 지역 사회의 교육 및 문화 시설에 투자하고 있다. 포항공대 등 교육기관과 포항 효자아트홀, 광양 백운아트홀 등의 문화시설이 포스코가 투자한 사례다.

또 각 부서가 포항과 광양지역의 220여 개 마을 학교 단체와 자매결연을 하고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충남 아산시 탕정지구에 반도체 생산라인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는 올여름 임직원을 대상으로 아산 영농조합법인의 유기농 토마토를 위탁 판매했다. 또 ‘탕정 포도 페스티벌’을 열어 탕정지역의 특산품인 포도를 알리는 데 앞장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사 중 147개사는 경상이익의 1% 이상을 사회공헌 활동에 쓰기로 약속한 ‘1%클럽’ 회원이다. 지원 금액의 상당액이 지역사회 공헌 활동에 쓰이고 있다.

● 지자체와 기업이 만드는 브랜드

제주 삼다수는 제주도지방개발공사와 농심의 합작품. 1998년 시장에 나온 지 6개월 만에 먹는 샘물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생산은 제주도와 제주, 서귀포시 등이 투자한 제주도지방개발공사가 맡고, 육지 판매는 농심이 대행하는 방식으로 단기간에 성공을 거뒀다.

지자체들이 지역 내 중소기업 공동 브랜드를 개발하는 사례도 많다. 품질은 뛰어나지만 자체 상표가 없어 고전하는 지역 내 우수기업의 판매를 돕기 위한 것이다.

‘쉬메릭(Chimeric)’은 1996년 대구와 지역 중소기업들이 함께 만든 브랜드. 지금은 서울 부산 울산 등의 백화점 매장에서도 팔리는 중저가 패션브랜드로 성장했다.

이 밖에 서울지역 유망 중소기업들이 쓰는 ‘하이 서울(Hi Seoul)’과 서울 은평구의 ‘파발로(Pavalo)’ 등도 대표적인 지역 공동 브랜드다.

● 기업-지자체 협력 패러다임의 변화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노동력과 자원 등 생산 요소의 이점을 내세워 기업을 유치하던 시대는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만으로는 중국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투자 유치 경쟁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각종 기업지원 서비스와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다각도로 펼쳐지고 있다.

기업들이 노동집약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성숙기에 접어들수록 기술력 확보와 기업지원 시스템 등이 유리한 곳에 생산기지를 두려고 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박 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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