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돈… ‘玄의 現代’ 고민의 금강산

  • 입력 2005년 9월 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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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은 곳곳에 암초가 기다리고 있다. 남편인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뒤를 이어 대북사업을 책임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나갈지 주목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은 곳곳에 암초가 기다리고 있다. 남편인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뒤를 이어 대북사업을 책임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나갈지 주목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현대그룹의 대북(對北)사업은 순항할 수 있을까.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부회장의 퇴진을 계기로 잠복해 있던 현대그룹과 북한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대북사업의 미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강산 관광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초기에 과도한 투자를 했던 현대아산은 지금 자금이 메말라 있다. 가족호텔과 골프장 제2온정각 등 금강산 관광시설물에 대한 남측의 민간투자가 잇따르고 있지만 아직은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개성 관광사업에 막 첫 삽을 뜬 현대그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 10억 달러 이상을 쏟아붓다

1998년 금강산 관광사업을 시작한 이후 7년 동안 현대그룹이 대북 투자에 쓴 돈은 10억5300만 달러(약 1조530억 원)에 이른다.

우선 현대는 지금까지 금강산 관광사업 대가로 북한에 4억 달러를 지급했다. 초기에 약속한 금액은 이보다 더 많지만 금강산 관광사업이 생각보다 여의치 않자 추가적인 자금 제공은 일단 보류한 상태.

이와는 별도로 철도와 통신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비롯한 7대 경제협력사업에 대한 사업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5억 달러를 줬다. 현대는 이 대가로 금강산을 비롯한 개성 등의 관광사업과 관련해 50년간 토지 이용권리를 독점적으로 갖고 있다.

여기에 금강산 육로관광을 위한 도로 개통과 항만시설, 온천장 설립 및 해금강호텔 매입, 각종 숙박시설 건립을 위해 추가로 1억53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현대가 대북사업으로 자금난을 겪자 한국관광공사는 현대가 설립한 온천장과 교예회관 및 온정각(지분 50%) 투자에 900억 원을 투입했다. 정부는 이산가족과 학생들의 금강산 관광을 촉진하기 위해 보조금 120억 원을 지원하고 남북협력기금도 30억 원을 썼다.

이처럼 초기 대북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한 바람에 현대아산은 6년 동안 적자를 면치 못했다. 1999년 이후 줄곧 적자였던 현대아산은 지난해 겨우 7억 원의 이익을 냈지만 이것도 환차익이 대부분으로 영업은 겨우 수지만 맞추는 정도에 그쳤다. 현대 관계자는 “이제야 겨우 이익을 낼까 말까한 상태”라고 말했다.

○ 민간 투자유치가 관건

1일 문을 연 금강산 가족호텔인 금강패밀리비치호텔은 중부푸드뱅크가 100% 투자했다. 96실로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호텔은 110억 원을 들여 완공됐다.

호텔 근처에 조성되는 금강산골프장에도 현대는 전혀 투자하지 않았다. 남측의 에머슨퍼시픽그룹이 590억 원을 투자해 내년 하반기 완공한다.

현대는 1일 개관한 제2온정각과 금강산옥류관에 각각 100억 원과 40억 원을 투자했다. 제2온정각은 입점 업체에 분양될 예정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대북사업 주체인 현대아산에는 투자할 돈이 별로 없다”면서 “적극적인 투자 유치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익을 많이 내는 현대상선이 대북사업에 팔을 걷고 나서 도와줄 처지도 못 된다. 섣불리 지원했다간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에 해당되는 데다 과거 대북사업에 말려들어 곤욕을 치렀다가 겨우 살아난 현대상선은 대북사업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민간기업 투자 유치를 병행하는 게 현대의 대북사업에 유리하다는 얘기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막대한 초기 투자를 한 현대로선 김 부회장의 거취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북한 측의 일방적인 태도에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본격적인 개성관광과 백두산관광 사업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현대그룹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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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아산의 재무상태 (단위:억 원)
구분자본금매출액순이익
2000년4,500940-1,280
2001년4,500350-510
2002년4,500700-88
2003년4,500890-630
2004년4881,7807.5
2004년 3월 주주총회에서 10분의 1로 감자 실시(소액주주는 감자 대상에서 제외). 자료: 금융감독원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자본주의-사회주의 ‘이상한 同居’▼

금강산 관광객들이 주로 머무는 금강산호텔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결합해 운영되는 곳으로 꼽힌다.

이 호텔은 현대그룹이 북한의 ‘금강산여관’을 외곽은 그대로 두고 객실 내부를 완전히 뜯어고쳐 만들었다. 북한이 호텔을 소유하고 있지만 현대그룹에서 호텔 운영에 대한 책임을 지는 분업 체제로 돼 있다. 여기서 내는 이익은 북한과 현대가 나눠 갖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정확한 배분 비율은 비밀이다.

식당과 커피숍 호텔로비 등에서 하얀 저고리와 까만 치마를 입고 있는 북한의 여성 종업원들은 미모 면에서는 남한의 호텔 여종업원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이들이 받는 월급은 56달러(약 5만6000원)를 조금 넘는다. 하지만 북한의 경제 사정에 비춰 보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라는 게 현대 측의 귀띔이다.

12층 건물인 이곳의 11층에는 로열스위트룸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VIP 인사들이 주로 머무는 곳.

노래방인 단란주점도 있다. 1층에 마련된 단란주점 ‘수정’은 관광객이 피로를 씻는 곳이어서 자주 붐빈다. 하지만 남한 호텔과 달리 금강산호텔에 지하층은 없다.

양주 발렌타인 17년산과 안주 한 세트 가격은 340달러(약 34만 원). 술 1병에다 안주를 포함한 가격이 북한 여종업원 월급의 6배에 달하는 ‘엄청난 가격’이다. 단란주점에는 여성 도우미도 있다.

금강산=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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