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 경영]“재미없으면 지갑 안연다”

  • 입력 2005년 9월 8일 03시 03분


코멘트
LG텔레콤은 올해 3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주변과 서대문구 신촌 등 20여 곳에 ‘폰 앤 펀(Phone & Fun)’이라는 휴대전화 콘텐츠 매장을 열었다.

고객들이 MP3 파일과 게임, 캐릭터, 통화 연결음, 벨소리 등 모바일 콘텐츠를 직접 체험한 뒤 구매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매장을 마련한 것.

매장 인테리어부터 눈길을 끈다.

연두색 톤의 인테리어에 꽃 장식으로 꾸며진 매장에는 ‘모바일 자키’로 불리는 엔터테인먼트 도우미가 있다. 이들은 휴대전화와 관련된 정보를 설명해 주는 일 외에도 마술쇼와 페이스 페인팅 등으로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9월 초 현재 폰 앤 펀 매장은 전국 50여 곳으로 늘었으며 연말에는 100곳에 이를 전망이다.

이처럼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기업들의 ‘펀 마케팅’이 활발하다.

제품을 대중에게 알리고 판매할 때 기발한 아이디어와 광고, 이벤트를 통해 재미와 웃음을 함께 전달하는 마케팅이 유행하고 있는 것.

작고 깜찍한 디자인으로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BMW ‘미니’도 펀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젊은 층을 타깃으로 제작된 차종인 만큼 이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게임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했다.

3월 판매를 시작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 게임 ‘그란 투리스모 4’에는 미니가 등장한다. 또 실제 미니 판매장에는 그란 투리스모 4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을 갖춰놓았다.

이 밖에도 마케팅에 즐거움이라는 요소를 활용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 커뮤티니 서비스인 싸이월드는 가상화폐 ‘도토리’와 아바타 ‘미니미’로 히트 상품의 반열에 올랐다. 만화에 등장할 법한 요소로 고객의 흥미와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현대카드가 내보내고 있는 TV 광고 배경음악의 노래 가사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라는 대목도 펀 마케팅을 활용한 사례다.

LG경제연구원의 이연수 선임 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 ‘펀 마케팅에 주목하라’에서 펀 마케팅이 부상하는 이유로 △칙칙하고 무겁고 심각한 것 대신 가볍고 오락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회적 풍토 △감성적 소비 세대의 등장 △인터넷 사용 확산 등을 꼽았다.

그는 “필요에 의한 소비가 아닌 즐거움을 위한 소비, 즉 ‘펀 소비’가 새로운 소비 코드로 부상하고 있다”며 “특히 소비자들의 구매력과 소비의욕이 떨어지는 불황기일수록 펀 마케팅을 통해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려는 시도가 많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