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 경영]로커 사장…분위기 ‘好好’ 스트레스 ‘下下’

  • 입력 2005년 9월 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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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펀 리더’를 길러내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임원들은 올해 초 토끼 모양의 머리띠를 두른 채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면서 ‘리더 펀 경영 실천 교육’을 받았다. 사진 제공 삼성에버랜드
즐거운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펀 리더’를 길러내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임원들은 올해 초 토끼 모양의 머리띠를 두른 채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면서 ‘리더 펀 경영 실천 교육’을 받았다. 사진 제공 삼성에버랜드
《올해 2월 한국피자헛 창립 2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임직원들은 조인수 사장 등 임원진의 깜짝쇼에 열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조 사장과 임원진이 검은색 가죽 옷을 입고 치렁치렁한 가발을 쓰고 록 밴드로 분장해 무대에 오른 것. 이처럼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즐거운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다. CEO는 주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의 역할 외에 기업 내 ‘최고 분위기 메이커(Chief Entertainment Officer)’가 돼 직원들을 즐겁게 해야 할 임무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일부 기업들은 딱딱한 CEO와 임원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별도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가 하면 직원 중에서 ‘펀 리더’를 길러내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 리더 솔선수범이 ‘펀 경영’ 키워드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1월 홍성원 대표가 부임하고 나서 직장문화가 크게 바뀌었다. 홍 대표는 ‘즐겁고 신나는 직장을 만들어야 직원들도 즐겁게 고객을 대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직접 ‘펀 경영’ 전도사로 나섰다.

홍 대표는 취임 이후 색소폰을 배워 팀별 회식 때나 행사 때마다 분위기를 돋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수시로 평사원들과 함께 공연을 보러 가기도 하고 ‘펀 경영’ 관련 책자를 사원들에게 나눠 주고 재미있게 일하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제안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한국피자헛 임원진이 올해 2월 창립 기념식에서 검은색 가죽 옷을 입고 록 밴드 공연을 벌였다. 사진 제공 한국피자헛

박정인 현대모비스 회장도 ‘펀 경영’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박 회장은 취임 이후 즐거운 직장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컴퓨터게임인 ‘펌프 경연대회’ ‘스타크래프트 경연대회’를 여는가 하면 임원들도 공연 감상 등 다양한 행사에 직원들과 함께 참여한다.

삼성에버랜드는 올해 초 박노빈 사장 등 임원 28명을 대상으로 ‘리더 펀 경영 실천 교육’을 실시했다. 임원들은 머리에 토끼 모양의 머리띠를 두른 채 교육 중간 중간에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삼성에버랜드 서비스 아카데미 김해룡 팀장은 “즐거운 조직을 만들고 근무 의욕을 높이는 방법을 익히는 데 펀 경영 교육의 주안점을 두었다”며 “임직원들이 즐거워야 고객 서비스의 질도 높일 수 있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소 벤처기업의 CEO들이 ‘펀 경영’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서도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인터넷 채팅사이트로 유명한 네오위즈 박진환 사장은 창조적이고 톡톡 튀는 직장 문화를 만들 것을 직원들에게 많이 주문한다. 그 결과 회사 내에서는 다양한 게임을 즐기는 직원이 많고, 빨강 머리에 턱수염을 기르는 등 ‘아바타’ 같은 차림의 직원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 웃음치료 연수 등 통해 ‘펀 리더’ 양성

일부 기업에서는 현장에서 펀 경영의 이념을 실천하는 ‘펀 리더(fun leader)’ 육성에 나서고 있다. CEO의 의지나 외부 강사의 도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래에셋증권은 2년 전부터 ‘펀 리더 양성과정’을 두고 분기별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조직 분위기를 활기차게 이끌어갈 직원들을 선발해 리더십 교육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

대우조선해양 거제도 옥포조선소도 작업장마다 ‘펀 리더’를 선정해 즐거운 직장 만들기에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옥포조선소에서는 점심시간마다 ‘펀 리더’들이 주축이 되어 삼겹살을 구워 먹거나 팔씨름, 훌라후프 돌리기 게임 등 다양한 이벤트가 벌어진다.

우리은행은 6월 전국 각 지점에서 선발한 직원 41명을 대상으로 자신감 훈련, 웃음치료, 마술, 분위기 조성 게임, 스킨십 스트레칭, 펀 네트워킹 등 레크리에이션 연수를 진행했다.

우리은행 고객만족센터 박미숙 과장은 “1박 2일의 연수를 통해 참석자들이 레크리에이션 전문가 과정 2급 자격증을 땄으며, 현장에서 ‘펀 경영’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며 “일터 분위기가 좋아야 고객에게 친절할 수 있고 고객만족의 경영이념도 실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박 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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