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경영]조동성/윤리경영 흘러간 노래만 부를건가

  • 입력 2005년 9월 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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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에서는 기업 총수가 앞치마를 두르고 거리에서 밥을 퍼주거나 망치를 들고 집을 짓는 사진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윤리경영’, ‘사회책임경영’, ‘지속가능경영’이라는 이름 아래 한국 사회에 유행처럼 번져 나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우리 사회에 확고하게 자리잡을 것인가, 아니면 한때의 유행으로 끝날 것인가. 한편에서는 기업이 치열한 경쟁시대에서 생존하려면 구조적으로 기업이 가장 잘하게 되어 있는 이익 추구, 즉 ‘시장가치’에 집중해야 하고, 사회봉사와 같이 구조적으로 정부나 비정부기구(NGO)가 더 잘하게 되어 있는 일은 다른 기관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사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기업, 특히 사회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대기업이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이기주의적 행동을 하면 사회를 만족시키는 ‘사회가치’를 창조하지 못하고 결국 사회로부터 거부 당하여 멸망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경영자는 누구 말을 들어야 할 것인가? 경영자는 나름대로 합리적 추론을 통해 행동지침을 마련할 것이다. 즉, 개별 기업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면, 기업이 사회에 먹물을 튀기더라도 그 먹물로 인해 사회가치가 떨어지는 것보다 이로부터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시장가치가 더 큰 이상 경영자는 이를 감행할 것이다.

그러나 먹물로 인해서 사회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그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시장가치보다 크다면 어떤 기업도 그런 일을 감행하지 않을 것이다.

기업이 사회에 해를 끼치면서 이익을 추구할 때, 단기적으로는 사회가치의 추락보다 시장가치의 상승이 더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가치 파괴가 시장가치 상승보다 더 큰 것이 보통이다. 그러므로 경영자가 단기적 이익 극대화를 추구한다면 사회에 대해 잘못된 행위를 시도할 것이고, 장기적인 이익, 성장, 존속을 통한 장수 그 자체에 가치를 둔다면 잘못된 행위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역으로 사회가 기업을 건전한 구성원으로 만들려면 장수기업, 즉 기업이 오래오래 성장을 계속하고 이익을 꾸준하게 내게 하는 것이 경영자의 과제가 되도록 기업의 목표와 경영자의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 바로 여기에 ‘사회책임경영’ 또는 ‘지속가능경영’이 새로운 시대의 경영자 과제로 등장한다. 즉, 기업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해야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사회책임을 다하는 경영을 해야 하는 것이다. 지속가능경영은 기업의 궁극적 목표이고, 사회책임경영은 그 수단이다.

기업은 과거의 경영실적을 해마다 영업보고서로 작성하여 이해관계자에게 제출해 왔다. 최근에는 영업보고서 이외에 사회책임보고서나 환경보고서 또는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작성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영자에게는 미래지향성이 더 중요한 과제라는 점에서 이런 보고서들은 지속가능성 보고서로 통합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KPMG 인터내셔널이 글로벌 포천(Global Fortune)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들의 보고서 발간 형태를 조사한 결과, 환경보고서, 안전 및 보건보고서, 사회책임보고서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반면, 2002년 14%에 불과하던 지속가능성 보고서는 2005년 68%로 크게 증가했다.

이제부터 ‘지속가능경영’에 초점을 맞추어보자.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활동을 한다는 것은 현재 시점에서 미래를 향하여 기업의 생존을 추구하는 동시에 기업에 관련된 여러 이해관계자와 공존할 수 있는 경영을 실천하는 것이다.

지속가능경영은 ‘리우 정상회의(1992)’와 ‘요하네스버그 정상회의(2002)’를 통해 지구촌의 당면과제로 합의된 ‘지속가능한 발전(ESSD·Environmentally Sound & Susta-inable Development)’에서 비롯됐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환경 파괴와 천연자원의 남용이 극심했던 경제개발 관행을 버리고, 인류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보존과 발전의 상생이 이루어진 친환경적 성장을 추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속가능경영은 내부적으로는 꾸준한 경영혁신과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 활동을 포함하고, 외부적으로는 환경과 사회에 대한 기업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친환경적 경영활동, 사회공헌활동 등을 통하여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아울러 지속적인 혁신과 효율적인 의사결정, 이해관계자의 권익 보호를 꾀하여 사회와의 공존 속에 기업의 미래지향적 존립을 추구하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이다.

따라서 지속가능경영은 현재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는 환경경영, 투명경영, 윤리경영, 사회책임경영 등의 개념들을 포괄한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유행해 온 윤리경영이라는 개념이 지속가능경영으로 확장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기업의 목적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존경받는 기업, 장수하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이윤추구’를 기업의 목적이 아니라 결과로 생각한다. 1960, 70년대에 이윤 극대화를 위해 질주하던 한국의 30대 기업이 오늘날 얼마나 생존하고 있는가.

과정 없이 결과만을 좇던 재벌기업들의 몰락을 지켜본 경영자라면 지속가능경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 속 기업이 경영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와 관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이윤추구라는 시장가치와 기업의 장기적 존속을 위한 필수조건인 사회가치를 모두 추구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조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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