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장사 잘한게 부담스럽다?…요금인하 압력 거세질듯

  • 입력 2005년 8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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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텔레콤의 실적 호전이 부담스럽다!’

국내 이동통신 업계의 2분기(4∼6월) 실적을 놓고 한 증권사가 내놓은 보고서의 제목이다.

2분기 이동통신 3사의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였다. 이런 실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그런데 장사를 잘한 게 부담스럽다는 보고서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요금 인하 압력 때문이다.


○ 실적 호전이 부담스러운 이유

올해 상반기 이동통신 업계는 발신자표시(CID)나 문자메시지서비스(SMS)의 요금을 내리라는 요구에 시달렸다. 이에 대해 이동통신업계에선 “요금을 내릴 여력도 없고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통신 요금이 훨씬 싸다”는 주장을 되풀이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깜짝’ 실적이 발표된 것.

특히 영업이익 증가가 두드러졌다. SK텔레콤 KTF LG텔레콤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각각 16.1%, 16.9%, 112.5% 증가했다.

증권가에선 특히 3위 업체인 LG텔레콤의 실적 호전에 주목하고 있다.

후발 사업자로 이동통신 3사 가운데 가장 수익구조가 안 좋은 것으로 여겨졌던 회사의 영업이익률이 10%를 넘어선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김경모(金京模) 연구위원은 “LG텔레콤은 지금까지 이동통신 요금 하락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해 왔다”고 설명했다. 요금 제도를 비롯해 정부의 각종 규제 정책이 만들어질 때마다 LG텔레콤의 상황이 고려됐다는 것. 그 덕분에 1, 2위 업체인 SK텔레콤과 KTF는 초과 이익을 즐길 수 있었다.

○ 하반기에는 어떻게 될까

매출액보다 영업이익의 증가 폭이 크다는 사실은 그만큼 마케팅 비용이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상황이 완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이동통신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꼽히는 무선데이터 부문 매출은 크게 늘었다.

이 같은 이유로 증권가에선 이동통신사의 하반기 실적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CID 서비스의 요금이 변수다. 시민단체의 요구처럼 CID 서비스가 무료가 될 경우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CID는 원가가 낮아 매출이 고스란히 이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3사는 실적 발표 후 투자자들과 가진 전화회의(콘퍼런스콜)에서 “올해 하반기에 CID 서비스의 요금을 내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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