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헌터’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유행 상품 개발에 한몫

  • 입력 2005년 6월 2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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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는 소비 트렌드를 파악하고 신상품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주부 3명과 대학생 3명으로 ‘트렌드 헌터’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주부 트렌드 헌터들이 파리바게뜨 직원과 함께 기획회의를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파리바게뜨는 소비 트렌드를 파악하고 신상품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주부 3명과 대학생 3명으로 ‘트렌드 헌터’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주부 트렌드 헌터들이 파리바게뜨 직원과 함께 기획회의를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달력 그림을 교육용 세계명작으로 만들면 자녀교육에 관심 많은 주부들이 분명 좋아할 겁니다.”(이진숙·35·주부)

“달력 한 귀퉁이에 할인쿠폰을 넣으면 어떨까요? 각종 기념일에 할인쿠폰을 쓸 수 있게요.”(김지현·28·주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지하철 2호선 강남역 근처의 한 커피숍. 15일 이곳에서는 제과점 파리바게뜨의 연말 증정품 기획회의가 5시간 동안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수다’를 떤 주부들은 ‘트렌드 헌터(Trend Hunter)’. 한 달에 한두차례 모여 소비자들의 기호와 관심, 소비취향에 대한 정보와 상품기획 아이디어를 기업에 제공하는 사람들이다.

○ 아이디어 반영된 제품 나올 때 보람

트렌드 헌터로 활동하면 대체로 한 달에 15만∼25만 원을 받거나 신제품을 먼저 써 볼 수 있다. 하지만 돈보다는 사회활동을 하면서 얻는 기쁨이 더 크다.

파리바게뜨 트렌드 헌터인 이진숙 씨는 “아이디어 회의 때 담당 직원이 눈을 반짝이면서 반응을 보이면 기분이 좋다”며 “아이들 키우느라 정신없이 보낸 세월을 보상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트렌드 헌터들은 월초에 할당되는 과제를 위해 2, 3주가량 자료를 수집한다. 인터넷 탐색은 물론이고, 친구들과 잡담을 하거나 남편과 대화를 나눌 때도 온통 아이디어 생각뿐이다.

이 씨는 “내 아이디어가 상품으로 구현될 때 보람을 느낀다”고 귀띔했다.

기업의 마케팅활동과 제품에 대한 비판도 이들의 임무. 오히려 비판의 칼날이 무뎌지면 다른 사람으로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 기업 아이디어의 보고(寶庫)

올해 초 취임한 LG생활건강 차석용 사장은 트렌드 헌터부터 조직했다. 소비자 마음을 ‘반 박자’ 먼저 읽기 위해 주부와 대학생을 소비자 트렌드만 조사하는 ‘트렌드 리포터’로 임명한 것.

이 회사 강윤정 대리는 “제품 개발을 전제로 타당성 검토에 들어간 아이디어가 몇 건 있다”고 말했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파리바게뜨는 케이크를 사는 고객에게 ‘천사날개’ 모형을 선물한 결과 매출이 20%가량 늘었다. 트렌드 헌터의 아이디어였다.

일부 업체에서는 내부 아이디어를 트렌드 헌터를 통해 검증받는 등 트렌드 헌터의 활용 폭을 넓히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정지혜 연구원은 “트렌드 헌터들은 제품 생산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소비자”라며 “최근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생각을 읽기 위해 트렌드 헌터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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