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취업 장사’하며 소유-경영 분리 요구하다니

  • 입력 2005년 5월 13일 21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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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 ‘전문경영인 체제’ 등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랜 세월 사회경제적 여건에 맞게 진화해 온 기업 지배구조를 노사협상으로 단기간에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지배구조의 정당성은 경영 비리를 최소화하고 회사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현대차 노조가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소유와 경영의 문제를 들고 나왔다면 자충수(自充手)가 될 수도 있는 잘못된 선택이다.

지금은 현대차 노조가 자신의 내부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할 때다. 최근 들어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노조 비리 사건은 상당부분 노조 지배구조의 문제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제 현대차 전·현직 노조 간부 3명을 채용비리 혐의로 구속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생산직 신입사원의 입사시점을 전후해 10여 명의 계좌로 2000만∼3000만 원이 입금된 혐의가 드러났다고 한다. 전직 한국노총 간부 3명도 전국택시노조연맹의 기금운용 비리사건으로 검찰에 소환된다. 올 1월에는 기아차 노조 광주공장 지부장이 ‘취업 장사’로 구속됐고, 부산항운노조에선 수억 원을 넘는 금품 수수 실태가 밝혀지기도 했다. 힘 있는 노조 간부치고 각종 이권에 개입하지 않거나 비리 및 부패와 연루되지 않은 경우가 드물 정도다.

대의원회, 집행부, 감사로 구성된 노조의 내부 지배구조가 제대로 기능했다면 노조 간부의 비리와 부패는 크게 줄었을 것이다. 집행부의 활동을 감독하고 견제해야 하는 감사는 뭘 했는가. 노동연구원은 노조 임원 선거가 기성 정치권의 정치 공세와 선거 행태를 그대로 닮아 간다고 분석했다. 이러다 보니 선거에 승리한 일부 노조 간부들은 견제되지 않는 권력을 휘두르며 부패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노조는 외부의 비판과 주문에 귀를 기울이는 열린 태도를 보여야 한다. 회계감사제도를 강화하고 여론의 감시를 받는 방안을 마련해 노조 내부 지배구조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그것만이 노조가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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