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돌출’… 勞使政 대결 불붙여

  • 입력 2005년 4월 23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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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5단체장 공동기자회견 경제 5단체장들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법안 문제에 대한 재계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구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 김재철 한국무역협회장,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조건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사진 위). 안철민 기자양대 노총위원장 한목소리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왼쪽)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정부의 비정규직 법안에 반대하는 합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양대 노총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연 뒤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양대 노총 위원장이 함께 단식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아래). 김동주 기자
경제 5단체장 공동기자회견 경제 5단체장들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법안 문제에 대한 재계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구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 김재철 한국무역협회장,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조건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사진 위). 안철민 기자
양대 노총위원장 한목소리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왼쪽)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정부의 비정규직 법안에 반대하는 합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양대 노총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연 뒤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양대 노총 위원장이 함께 단식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아래). 김동주 기자
국회의 비정규직 관련 법안 심의를 앞두고 재계와 노동계가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비정규직 문제가 올해 노동 분야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양측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이어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초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예정이었던 관련 법안 처리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정부 내에서도 노동부와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이 달라 혼선을 빚고 있다.

▽정부 안(案)에 대한 상이한 시각=국회에 상정돼 있는 비정규직 관련 정부 법안의 핵심은 ‘1년 이하’로 제한된 기간제(임시계약직) 근로자 계약 기간을 ‘최대 3년’으로 명시하고 3년을 초과하면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도록 했다.

그 대신 노동계가 요구해 온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과 ‘기간제 사용 제한’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파견은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전면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채택했다.

정부는 이 법안이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재계는 정부 안에 대해 100% 찬성하지는 않지만 난항 끝에 만들어진 만큼 이번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정부 안에 대해 비정규직의 차별을 심화시키는 악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정부 안대로 파견을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전면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택하면 비정규직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갈등 증폭시킨 인권위의 ‘의견 표명’=비정규직 문제가 재계와 노동계의 전면전으로 확대된 데에는 인권위가 14일 발표한 ‘의견 표명’이 결정적이었다.

인권위는 정부가 만든 법안에 대해 “노동인권의 보호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기에는 사실상 부족하다”며 ‘동일노동 동일임금 조항’을 추가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김대환(金大煥) 노동부 장관이 나서 “인권위의 의견 표명은 균형을 잃은 정치적인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인권위가 의견을 내놓은 시점에 대해 노동부는 물론 열린우리당조차 “합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에 납득하기 어려운 의견 표명을 했다”고 비난했다.

이수영(李秀永) 한국경영자총협회장도 “인권위가 비현실적인 의견을 내놓으면서 노사 갈등이 증폭됐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해법도 엇갈려=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는 540만 명. 전체 임금 근로자의 37%에 이른다. 전체 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27.3% △2002년 27.8% △2003년 32.6%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정규직 대비 임금 수준은 지난해 61.3%에서 올해 들어 65%로 오르는 등 근로조건은 최근 약간 개선됐다.

재계는 비정규직 증가에 대해 노동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는 상황에서 취업희망자들이 비정규직에라도 취업을 하려고 대기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따라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도입하면 그나마 있던 비정규직 인력 수요마저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길오(鄭吉五) 한국노총 대변인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근로연수를 인정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동일가치 노동에 같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반박했다.

재계는 정치권이 당초 정부 법안에서 후퇴하면 산업계에 큰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만약 비정규직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총파업으로 맞서겠다고 밝히고 있어 타협이 쉽지 않아 보인다.

공종식 기자 kong@donga.com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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