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재계 총수들, 내달초 2년만에 골프 회동

  • 입력 2005년 4월 6일 04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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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 겨우내 몸이 근질거렸던 주말 골퍼들은 봄이 오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렸을 터. 골프를 즐기는 재계 총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도 주말 라운딩은 재충전을 위한 소중한 시간이다. 마침 전국경제인연합회는 5월 초 춘천CC에서 2003년 이후 2년 만에 골프 회동을 하기로 했다. 기업 총수들의 골프 실력은 어느 정도이고 어떤 골프 철학을 갖고 있을까.》

▽“소심한 더블 보기보다 과감한 트리플 보기가 낫다”=구본무(具本茂·61) LG그룹 회장.

구 회장은 핸디캡 8의 고수(高手). 요즘은 거의 매주 토요일 경기 광주시의 곤지암CC를 찾는다. 그의 플레이는 도전적인 것으로 소문나 있다. OB(아웃 오브 바운즈)가 나더라도 자신 있게 휘두르는 스타일이다.

구 회장은 “어려운 코스일수록 러프에 빠질까, OB가 날까 두려워해 소심한 샷을 하기보다는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공략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페어플레이를 해야 한다“=박용오(朴容旿·69) 두산그룹 회장.

이번 전경련 골프 회동을 주관하는 박 회장은 핸디캡 9의 실력파. 40년 구력에 베스트 스코어는 76이다. 한 달에 4, 5차례 라운딩을 할 정도로 주말 골프를 즐기는 마니아다.

박 회장이 골프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페어플레이 정신’. 그는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거나 규칙을 무시하는 사람은 골프를 즐길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

타구 방향이 정확하고 한번 목표가 결정되면 연습 스윙 없이 샷을 날리는 과감성이 있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이웅열(李雄烈·50) 코오롱그룹 회장.

자타가 인정하는 ‘재계 골프의 지존’.

미국 유학시절 하루 3000개씩 공을 때렸을 정도의 노력파다. 핸디캡은 5, 베스트 스코어는 68. 구력은 20년이 됐다. 언더파를 기록한 것도 10여 차례나 된다. 평균 비거리는 270야드에 제대로 맞으면 290야드가 넘는 장타를 과시한다.

아마추어들은 OB가 나면 포기를 해 ‘양파(더블파)’를 내지만 이 회장은 보기나 더블 보기로 막으려고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다.

▽“나는 골프 전도사”=박삼구(朴三求·61)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지난해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을 맡은 뒤 ‘골프 전도사’란 별명이 붙었다. 보는 사람마다 붙잡고 “프로골프 대회 하나 만들라”고 ‘압력(?)’을 가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해 9개였던 KPGA 대회는 올해 19개로 늘어났다.

박 회장은 지난해 MBC라온건설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프로암 라운딩을 가진 뒤 틈날 때마다 임원회의에서 “1야드 단위로 쪼개 그린을 공략하는 우즈의 치밀함을 배우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의 실력파로 이븐파가 베스트 스코어다.

▽‘섬세함의 대명사’=윤종용(尹鍾龍·62) 삼성전자 부회장.

핸디는 12, 베스트 스코어는 77. 장타는 아니지만 어프로치와 퍼팅 등 쇼트게임이 뛰어나다. 기복이 없고 아주 섬세한 스타일이어서 스코어가 거의 일정하다. 경기 군포시에 있는 안양베네스트CC에서 주로 라운딩한다.

‘운동할 땐 다른 생각 않고 철저히 즐기자’는 게 그의 골프 철학. 평생 가도 한번 할까 말까한 홀인원을 두 차례(2001년과 2002년)나 했다.

▽다른 재계 인사들=이건희(李健熙·64) 삼성그룹 회장은 한때 85∼90개를 쳤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골프에 대한 흥미를 잃어 라운딩을 하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李在鎔·37) 삼성전자 상무는 핸디캡 6의 싱글 골퍼. 그와 함께 두 차례 라운딩한 안홍진(安弘鎭) 삼성 구조조정본부 상무는 “그렇게 원리원칙대로 룰을 지키는 사람은 처음 봤다. 룰에 나와 있다고 샷을 할 때 나뭇잎도 건드리지 않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이 밖에 김승연(金升淵·54) 한화 회장은 구력 20년에 핸디캡 16.

90대 중반을 치는 강신호(姜信浩·79) 전경련 회장은 흐트러짐 없이 잘 치는 ‘또박이’ 스타일이다.

최태원(崔泰源·46) SK그룹 회장은 체격이 좋아 호쾌한 장타를 날리지만 골프보다는 테니스를 즐긴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정몽구(鄭夢九·67) 회장과 정의선(鄭義宣·36) 사장 부자(父子)는 골프를 거의 안 치고 등산을 좋아한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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