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뜀박질…반도체 가격 뚝…경기회복 다시 발목 잡히나

  • 입력 2005년 3월 4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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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당 원화 환율 급락(원화가치 상승)에 이어 유가가 급등하고 한국의 대표적 수출품인 반도체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대외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얼어붙었던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는 조짐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각종 대외변수가 불안해지면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업 설비투자와 민간소비가 본격적으로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고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들면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두바이유, 나흘 연속 최고가 경신=국내 원유 도입의 8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국제 석유시장에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연일 최고가 경신 행진을 하고 있다.

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3일 현지에서 거래된 중동산 두바이유는 전날보다 0.79달러 오른 배럴당 43.84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로써 두바이유 가격은 △2월 28일 42.68달러 △3월 1일 42.80달러 △2일 43.05달러 등 나흘 연속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도 이날 2.57달러 오른 배럴당 53.47달러로 역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최근 국제유가의 오름세는 미국 텍사스 지역의 생산 차질에 따른 공급 감소 우려와 미 동북부 지역의 한파 예보, 석유수출국기구(OPEC) 아드난 시합엘린 사무총장 직무대행의 유가상승 우려 발언 등의 영향을 받았다.

에너지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 유가 상승이 계속되면 물가상승으로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경상수지, 민간투자, 금리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가 1달러 오를 때마다 경제성장률은 0.15%포인트 떨어지고, 소비자물가는 0.15%포인트 상승하는 영향이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5일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원유 등 주요 원자재의 2005년 가격 및 수급 전망과 대응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승우(李昇雨)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정부는 올해 유가를 연평균 35달러(두바이유 기준)로 봤는데 현재의 유가 수준은 이보다 훨씬 높다”며 “4월 비수기로 접어들면 다소 떨어지겠지만 큰 폭의 하락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반도체 가격 급락=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10%를 차지하는 반도체 값이 최근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도 악재다. 수출증가율 둔화와 경상수지 흑자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 제품인 256Mb DDR(Double Data Rate) D램 가격은 작년 말 3.67달러에서 이달 2일 현재 2.84달러로 두 달 사이에 22.6%나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당초 256Mb DDR D램의 가격이 올해 평균 3.4달러 안팎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하락폭이 더 커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D램 시장의 주력제품이 DDR에서 DDR2로 바뀌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DDR 공급량이 수요보다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지만 가격하락 수준이 예상을 뛰어넘자 당혹해하고 있다.

대우증권 정창원(鄭昌沅) 연구원은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매달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해 왔지만 D램 가격 하락의 여파로 3, 4월에는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전망”이라고 말했다.

▽환율도 여전히 불안=원-달러 환율도 여전히 불안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1997년 11월 10일 이후 7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1003.8원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3일 장중 한때 998원대로 떨어지며 1000원 선을 위협받았으나 최근 주식 배당금을 본국에 송금하려는 외국인들의 달러수요가 늘어나며 소폭 반등한 상태.

하지만 언제 세 자리로 진입할지 알 수 없다는 분석이 많다.

민간 경제연구소 및 외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달러화 약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吳文碩) 상무는 “내수회복이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환율 불안, 유가 급등 등 대외 경제 변수들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하반기에는 세계 정보기술(IT) 경기 하락까지 겹치면 경기회복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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