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구 은행장 “은행 전쟁이라고요? 우린 正道경영할것”

  • 입력 2005년 1월 4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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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이 무섭다고요? 우리는 정도(正道)와 원칙을 지킵니다.”

한국씨티은행은 출범한 지 겨우 2개월 됐고 자산 규모(약 66조 원)가 국민은행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대다수 시중은행은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로 한국씨티은행을 꼽는다.

하영구(河永求·사진) 한국씨티은행장은 지난해 12월 29일 “나는 평화주의자”라며 “가격 경쟁 같은 원칙에서 벗어나고 서로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전쟁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외국계 은행이 국내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하 행장은 “과장됐고 급격한 시장점유율 증가도 없을 것”이라며 ‘씨티 위협론’을 일축했다.

하 행장은 3일 신년사에서 ‘프리미어 리딩뱅크’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주로 규모에서의 1등을 뜻하는 기존 ‘리딩뱅크’ 개념과 구분하기 위해 ‘프리미어’를 붙인 것으로 질적인 요소까지 고려한 선도은행이 되겠다는 뜻이다.

하 행장은 “매출(규모)이 적은 기업도 수익으로는 업계 상위기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씨티는 상품군별로 구체적인 수익점유율 목표를 정해 놓고 있다.

이 같은 경쟁 우위에 대한 자신감은 씨티그룹과의 통합 시너지에서 나온다.

한국 국가등급과 같은 신용등급,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씨티그룹 네트워크는 국내 은행들이 갖추지 못한 강점. 이를 바탕으로 올해는 한국씨티의 ‘잠재력’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하 행장의 복안이다.

하 행장은 “매달 시너지를 평가하는데 벌써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은행 시절에는 판매가 불가능했던 상품과 서비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기업이 전 세계 점포의 수지 현황을 동시에 조회할 수 있는 ‘글로벌 캐시 매니지먼트’는 씨티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없으면 불가능한 서비스. 지난해 말 내놓은 ‘미 국채지수 연동 정기예금’도 미 국채 파생상품을 만들고 운용하는 씨티그룹 계열사가 없었다면 선보일 수 없는 상품이다.

한국씨티가 정말 강자가 될지는 화학적 통합을 이룰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하 행장은 “통합 후 원하는 수준의 시너지가 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그러나 1등 서비스와 상품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은행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김승진 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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