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 “더 엄격하게 더 꼼꼼하게”

  • 입력 2004년 11월 3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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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해이와 무임승차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듣던 스톡옵션(주식 매수 청구권)이 진화하고 있다. 최근 국민은행 이사회가 강정원(姜正元) 신임 행장에게 주기로 한 스톡옵션은 국내에서 가장 진화된 형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은행의 스톡옵션=강 행장은 8억원대 연봉과 최대 70만주의 스톡옵션을 받는다. 전체적인 보수는 김정태(金正泰) 전 행장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기본’으로 주어지는 주식 수가 적어지는 등 스톡옵션이 훨씬 엄격해졌다.

김 전 행장은 최악의 경우에도 50만주가 보장되고 경영 성과에 따라 0∼20만주를 덤으로 받을 수 있었다.

반면 강 행장은 경영 성과에 따라 0∼50만주를 받고 국민은행 주가에 따라 0∼20만주를 받게 된다.

경영을 잘 못하고 주가가 지지부진하면 단 한 주도 못 받을 수 있다.

▽스톡옵션 진화 과정=1996년 국내에 소개된 스톡옵션제는 현재 상장기업의 20%가 채택하고 있다.

주주자본주의의 이상을 잘 담아낸 보상제도이지만 도입 초기에는 논란이 거셌다.

특히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가 3배로 오른 1998년 말∼1999년 말 스톡옵션을 받자마자 행사한 뒤 이직하는 사례가 많아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따라 ‘2년 이상 재직해야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이 2001년 3월 증권거래법 시행령에 삽입됐다.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자기자본이익률(ROE), 시가총액,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등 경영지표 목표치를 달성하는 정도에 비례해 부여 주식 수를 결정하는 형태도 그 즈음 등장했다.

국민은행은 국내 최초로 2001년 11월 김 전 행장에게 준 스톡옵션 행사 가격을 업종주가지수에 연동시켰다.

당시 행사 가격은 ‘5만1200원×(1+은행업종주가지수 상승률×0.4)’로 정해졌다. 이 산식에 따르면 은행업종 주가지수가 오르면 행사 가격이 올라 스톡옵션 행사시 매매차익이 줄어든다. 다른 은행 주가가 오르는 바람에 국민은행 주가도 덩달아 올라 덕을 보는 무임승차 문제를 줄여보자는 취지였다. 같은 아이디어가 적용돼 강 행장의 행사 가격은 3만7600원×(1+은행업종주가지수 상승률×0.4)로 결정됐다.

증권연구원 김형태 부원장은 “강 행장 스톡옵션은 행사 시점을 퇴임 후로 잡아 3년의 긴 안목으로 주가를 높이는 경영을 하도록 배려했다”고 말했다.

:스톡옵션:

약속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 예컨대 행사 가격 5000원에 10만주의 스톡옵션을 받은 A사 사장은 A사 주가가 6000원일 때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식을 산 뒤 곧바로 팔아 1억원(주당 1000원×10만주)의 매매차익을 챙길 수 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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