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보험 계약자 200명 소송…생보사 ‘확정배당금’ 비상

  • 입력 2004년 2월 8일 18시 23분


코멘트
1980년대 초 고금리 저축성보험에 들었던 가입자들이 보험회사를 상대로 소송에 나서고 있다. 생명보험회사들이 높은 확정배당금을 내걸고 보험 상품을 판매해놓고 보험금을 탈 때가 되자 약속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게 소송을 건 가입자들의 주장이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80년대 초 고금리 저축성보험인 백수(白壽)보험에 가입했던 보험계약자 200여명이 “가입 당시 설명을 들었던 확정배당금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배당금을 받았다”며 보험소비자연맹을 통해 다음달 생보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계약자들은 “생보사들이 당시 터무니없는 허위 및 과장광고로 계약을 유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생보사들은 “금리 하락에 따라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이 같은 위험성이 상품 설명서에 명시되어 있다”고 밝혀 소송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확정 배당금’=백수보험은 1979∼85년 동방(현 삼성), 대한교육(현 교보), 대한, 흥국, 동해, 제일(현 알리안츠)생명 등 6개사가 판매한 예정이율 12.5%짜리 고금리 저축성상품으로 40만여건이 팔렸다.

1981년 당시 한 보험사의 백수보험 안내 전단에는 ‘55세부터 사망할 때까지 매년 평균 1400만원 정도의 확정배당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하지만 1990년대 말부터 보험금 지급 시기가 돌아오면서 실제 보험계약자들이 손에 쥐는 금액이 연간 100만원에 불과하자 각종 민원이 발생하면서 소송 사태로까지 번진 것.

문제가 된 확정배당금은 당시 보험사들이 계약자에게 약속한 예정이율 12%와 당시 정기예금금리 25%의 차이에서 발생한 차액이다.

박치수 교보생명 홍보팀장은 “정기예금 금리가 계속 떨어져 예정이율을 밑돌면서 생보사들이 배당금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이 같은 위험성을 유치 당시에 알렸다”고 말했다.

1981년에 백수보험에 가입했던 정창규씨(55·자영업)는 “당시 보험 모집인은 고액의 확정배당금을 내걸면서 ‘이 상품 하나면 노후 걱정은 끝’이라는 얘기만 했을 뿐 확정배당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비상 걸린 생보사=백수보험 가입자인 이모씨가 2001년 한 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청구소송 최종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아내면서 계약자들의 소송 채비가 빨라지고 있다. 이씨가 당시 계약서와 상품설명서 등을 통해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성’을 알린 문구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 승소의 결정적인 이유였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백수보험 소송에서 생보사들이 대부분 승소했으나 이 판결로 인해 계약자에게 유리한 분위기가 전개되고 있다”며 “당시 상품 안내자료에 금리변동의 위험성을 알리지 않았거나 보험모집인의 증언이 있으면 승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백수보험 소송에서 패할 경우 보험사들이 약관보다 10배 이상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고 다른 고금리 저축성 보험 상품에서도 유사한 소송이 발생할 가능성 높다”고 우려했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