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사팀 위상 '업그레이드'…최고경영자 전략파트너 부상

  • 입력 2004년 1월 25일 17시 38분


LG화학 노인호 인사팀장은 요즘 인사팀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실감한다.

수년 전부터 각종 투자전략회의에는 인사팀이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또 회사 내 최고의사결정기관인 경영위원회에도 인사담당 임원이 참석한다. 외환위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회의에 인사팀은 참석할 수 없었다.

요즘 각 기업에서 최고경영자가 가장 자주 찾는 사람은 인사 담당 임원. 최고경영자가 회사의 미래전략을 짜면서 조직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또 핵심 요직에 등용할 인재를 내부에서 선발할 것인지 외부에서 데려올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 인사팀에 수시로 자문을 한다.

인사팀의 이런 위상 변화는 인사팀의 업무가 후방 지원부서에서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기획부서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 삼성 구조조정본부 인사팀 성인희 상무는 이를 “몸으로 때우던 인사팀의 일이 외환위기 이후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업무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인사팀의 주 업무는 인사발령, 급여정산, 신입사원 공채, 교육, 노무, 종업원 복리후생, 각종 증빙서류 발급, 휴가 및 시간외수당 체크 등 주로 행정적인 업무였다.

요즘처럼 인사 관련 업무가 전산화돼 있지 않던 시절에는 월급날이나 인사철, 신입사원 공채 때는 수많은 서류와 씨름하면서 기계적인 업무를 지겹도록 반복해야 했다. 인사팀 스스로 자신들을 ‘대서방(代書房)’이라고 비하해서 부를 정도. 인사팀이 총무부의 하위 부서로 있던 기업도 상당수였다.

그러나 연봉제, 종신고용 파괴, 경력사원 수시 모집, 핵심인재 육성, 평가 및 보상체계 설계 등 1960년 이후 지속됐던 인사 관련 관행이 외환위기 이후 혁명적으로 바뀌면서 인사팀의 업무도 크게 바뀌었다.

우선 급여정산, 후생복지, 생산직 사원 모집 등 관리업무가 아웃소싱됐고 행정적인 업무는 모두 전산화됐다.

외환위기 이후 각 기업의 인사팀이 매달린 업무는 신인사제도 설계.

각 기업들은 성과주의 풍토 조성과 조직원에게 성취동기를 불어넣기 위한 평가 및 보상업무를 도입했고 이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들이 인사팀에 대거 수혈됐다.

최근 인사팀이 가장 집중하는 업무는 핵심인력 스카우트 및 인재 양성제도 설계. 삼성 구조조정본부의 인사팀은 이공계 출신의 박사, 외국 인력, 해외 영업통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그 분야에서 가장 실력 있는 사람들을 선발하고 해당 분야에 맞는 연수 프로그램이나 교육을 제공하려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인사팀에 필요하기 때문.

LG전자 인사팀의 김흥식 부장은 “LG전자 5만2000명의 직원 중 절반이 넘는 2만8000명이 해외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인사팀은 전문적인 지식과 글로벌한 식견을 가져야 하고 외국계 인사 전문가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업철학에 맞는 조직문화 설계도 인사팀의 몫. 금호아시아나그룹 인사팀은 작년부터 컨설팅 회사에 자문을 해가면서 창업자의 철학과 금호아시아나만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인사제도 설계를 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김현기 박사는 “적당한 수준의 인재가 대량으로 필요하던 자원투입형 경제에서는 인사팀은 관리부서에 머물렀지만 기존 자원으로 최고의 효율을 이끌어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인사팀의 역할이 최고경영자의 전략 파트너이자 조직의 변화를 관리하는 기획업무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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