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 관청에 금품로비…검찰 정통부 등 9곳 컴퓨터 납품

  • 입력 2004년 1월 4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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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컴퓨터 제조 회사인 IBM의 한국 현지 법인인 한국IBM이 2001년부터 뇌물 제공과 담합 등을 통해 정부부처 등 9개 기관으로부터 660억원대의 납품을 따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지검 특수1부(김태희·金泰熙 부장검사)는 협력업체에 담합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IBM 상무 장모씨(48)와 한국IBM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공무원 및 공기업체 직원 11명 등 12명을 지난해 말 구속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한국IBM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로비를 한 LG-IBM 상무보 권모씨(46) 등 36명은 불구속기소됐다. 한국IBM은 2002년 국내 서버시장 점유율(39.4%) 1위인 회사.》

▽한국IBM의 무차별 로비=검찰 조사에 따르면 한국IBM은 서버와 PC 납품권을 따내기 위해 국세청과 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와 공기업을 상대로 여러 가지 형태의 로비를 벌였다.

또 이를 위해 2001년부터 영업이익 일부를 누락시키는 방법으로 3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LG-IBM과 윈솔 등 자회사에 로비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했다.

납품 로비에 연루된 기관은 국세청 검찰 정통부 육군 해군 한전 KBS KT 새마을금고연합회 등 9개 기관. 입찰 때 편의를 제공하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11명의 공무원 및 공기업체 직원은 주로 전산직 간부 및 실무자가 대부분이었으며 검찰이 확인한 뇌물액수는 2억9000만원이다.

수뢰 액수는 국세청 사무관 한모씨(49)가 80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새마을금고연합회 부장 김모씨(53)가 4000만원, KBS 조달부 차장 김모씨(46)가 2500만원 등이었다.

그러나 휴가비 등의 명목으로 현금 550만원과 25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은 대검 서기관 등 검찰 직원 2명에 대해서는 기소하지 않고 징계통보만 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 검찰 직원은 수십만원을 여러 차례 나눠 받았고 액수도 많지 않아 기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담합으로 높은 가격 유지=한국IBM은 또 낙찰가격을 높게 유지하기 위해 자회사와 협력업체 중에서 낙찰될 업체와 ‘들러리 업체’를 미리 지정해 입찰에 참가하게 한 후 들러리 업체에 대해서는 마진을 분배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2001년 8월 정통부의 지식기반행정시스템 도입을 위한 26억원 상당의 서버 입찰에서 윈솔과 LG전자 SKC&C 씨마닷컴이 담합해 윈솔이 낙찰받도록 했고, 입찰포기 업체에 대가로 3억1000여만원을 건넸다.

구속된 장씨는 2001∼2003년 430억원 규모의 전산장비를 윈솔이 낙찰받도록 한 뒤 그 대가로 윈솔로부터 3억4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LG전자 SKC&C 등 15개사가 한국IBM으로부터 입찰포기 대가로 모두 15억7000만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 이들 업체를 약식기소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통보했다. 이들 업체는 공정위의 결정에 따라 1개월∼2년간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받게 된다.

이에 대해 한국IBM 이용식 상무는 “이번 비리는 회사 차원의 일이 아니며 한국IBM은 이 같은 행위를 승인하거나 묵과한 적이 없고 관련자들을 해고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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