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 축산국 직원]3주째 비상근무 "몸이 10개라도…"

  • 입력 2003년 12월 29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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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도살하지 않고 뭐 하시는 거예요. 그냥 두면 다 퍼져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증명서를 꼭 확인해. 광우병까지 발생하면 끝장이야.”

최근 농림부에는 ‘연말연시 분위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국내에서 조류(鳥類)독감이 발생한 데 이어 미국에서 광우병(狂牛病)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젖소가 발견되면서 ‘부(部) 창설 이래 가장 바쁜 시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바쁘기 때문.

특히 가축 방역 업무를 담당하는 축산국은 이달 10일 충북 음성군에서 조류독감 신고가 처음 들어온 이후 3주 가까이 비상 근무체제다.

새벽 5시경에 출근해서 다음날 새벽 3시쯤 퇴근하는 ‘올빼미 출퇴근’이 이어지고 있다. 집에 가서 옷만 갈아입고 오는 실정이어서 “집에 다녀 오겠다”는 인사를 나눌 정도다. 바쁜 업무 때문에 끼니를 거른 일부 직원들은 컵라면을 먹으면서 업무를 보기 일쑤다.

가축 질병 방역을 책임지고 있는 축산국은 직원 상당수가 수의사인 ‘전문가 집단’. 가축 질병이 발생하면 수시로 비상근무 체제로 들어가기 때문에 웬만한 책임감이나 사명감이 없으면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다 청와대나 총리실 등에 보낼 보고서까지 만들려면 ‘두 손 두 발’을 다 사용해도 감당하기 힘들다. 농림부 공무원들 사이에 축산국으로 발령 나면 ‘나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는 농담도 나돈다.

김달중(金達重) 농림부 축산국장은 “올해 들어서도 3월에 돼지콜레라, 5월에 캐나다 광우병 등으로 비상이 걸렸었다”며 “가축 질병이 발생하면 가축방역과 직원들에게 ‘슈퍼맨’이 되기를 강요하는 것 같아 미안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농림부 출입기자들도 정신없이 바쁘다. 기자들은 대부분 재정경제부 등 다른 부처와 함께 맡고 있어 ‘일이 적은 농림부’에는 덜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요즘에는 시시각각 바뀌는 상황 때문에 거의 매일 새벽까지 취재하고 아침에 바로 다시 나오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폭주하는 업무 때문에 다른 부처 기자들을 ‘지원병’으로 더 내보내는 언론사도 계속 늘어나고 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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