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글로벌전략 '가속 페달'…年30만대 유럽공장후보 압축

  • 입력 2003년 11월 26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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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역사상 가장 큰 외국인 투자 유치에 실패해 유감이다.”(체코 국영투자처 대표)

“슬로바키아가 현대자동차의 유럽 공장 후보지 2곳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 공장을 유치하면 30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된다.”(슬로바키아 경제부 장관)

현대자동차가 25일(현지시간) 연간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유럽 공장의 후보지를 슬로바키아와 폴란드 2곳으로 압축해 발표하자 승자와 패자의 명암이 엇갈렸다. 직접투자금액만도 15억달러(약 1조8000억원).

현대차그룹의 해외생산체제가 제대로 구축될 것인가. 2010년 ‘글로벌 톱5 진입’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현지화의 과정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느냐, 국제 경쟁에서 탈락하느냐의 갈림길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해외생산체제 구축=내년 2월 유럽 공장을 선정하면 해외생산기지 선정은 일단 마무리된다. 미국 중국 인도와 터키에 이어 유럽 공장이 갖춰지는 것. 또 중국 내 생산기지도 당초 예상보다 3년 서둘러 증설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연간 5만대인 제1공장의 생산능력을 2005년까지 30만대로 늘리고 제2공장을 지어 30만대를 더 생산한다는 것.

현지화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현대차의 해외생산은 작년 말 25만대(중국 인도 터키)에서 2007년 말 약 170만대로 늘어난다. 또 기아차를 포함한 전체 생산체제는 2010년까지 국내 300만대, 해외 200만대 규모에 달한다.

해외에 생산기지를 갖는다는 것은 단순히 판매 대수의 증가 이상의 의미다. 그동안 평가절하 요인으로 지적되던 로컬 브랜드의 이미지를 벗는 것. 삼성증권 김학주 애널리스트는 “현대차의 실적이면 ‘투자적격’의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지만 생산과 판매를 지나치게 국내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아직 투자부적격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조용준 애널리스트는 “일본 도요타의 주가는 1985년까지 1,000엔에 미치지 못했지만 1988년엔 2,000엔 안팎에 달했다”며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현지화에 성공한 시점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해외 현지화, 성공할까=문제는 성공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는 것. 전문가의 의견은 “조짐은 좋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연간 5200만대 규모인 세계 자동차시장의 40%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에서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진출한 중국시장에선 연간 판매 대수 5만대를 넘어섰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2007년 시장점유율 8%(60만대)가 그리 어려운 목표는 아니라는 것.

조 애널리스트는 “중국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폴크스바겐의 점유율이 2000년 50%에서 올해는 30%로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며 “현대차가 품질과 가격경쟁력 부문에서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시장에선 최근 들어 가격경쟁력에서뿐만 아니라 품질에서도 조금씩 인정을 받고 있다. 소비자평가기관인 JD파워가 조사하는 초기품질조사(IQS)에서 총 30개 브랜드 가운데 13위를 차지해 작년보다 10계단 올라섰다.

하지만 약점도 적지 않다. 현지화 경험 부족, 브랜드 가치를 높일 고급차의 부재, 경직적인 조직, 기업지배구조의 문제 등은 현대차그룹이 글로벌기업으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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