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3년 8월 18일 18시 2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작년에 비해 장사를 그만큼 못했다는 뜻은 아니다. 경기 침체의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기업회계 기준이 바뀌면서 매출액으로 잡는 금액의 범위가 달라진 데 ‘직격탄’을 맞았다.
유통업체들은 작년까지 100억원어치의 물건을 가져온 뒤 팔아 110억원을 남겼을 경우 110억원 전체를 매출액으로 계산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수익인식기준’이 변경되면서 실제 수수료로 챙기는 10억원만 매출액으로 회계 처리하고 있다.
LG홈쇼핑의 상반기 매출액은 26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784억원에 비해 69% 감소했다.
2·4분기 매출액만 떼어놓고 보면 1398억원으로 전분기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매출액 기준에 따른 ‘착시(錯視)효과’ 때문에 작년과의 비교 성적은 크게 처진다.
CJ홈쇼핑 역시 같은 이유 등으로 매출액이 68% 감소했다. 인터파크와 온라인 쇼핑 매출의 비중이 높은 인터넷 포털업체 다음 등도 매출 규모가 줄어들었다.
반면 2002년부터 이미 수수료만 매출액으로 회계처리해온 옥션은 이런 ‘상황 변경’ 때문에 오히려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옥션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274억23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4% 많아졌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에 1535% 올랐고 순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단 매출액 기준 변경은 회사가 실제 얼마나 돈을 벌었는지 보여주는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유통업종의 기업 실적 추이를 살피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수익인식 기준 외에 일부 바뀐 회계기준이 영업이익이나 순이익 규모 등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이를 이용해 실적이 포장된 경우는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일모직은 반품 가능한 제품의 수익을 출고시점이 아닌 판매시점에서 인식하도록 회계기준을 바꾸는 과정에서 작년 600억원대 반품액이 손익계산서에 반영되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비행기 리스 비용에 대한 회계처리 방식이 바뀐 결과 부채는 3조5000억원가량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소폭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