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명품]"한국색깔 살릴 때 명품 파워 생긴다"

  • 입력 2003년 7월 9일 16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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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프랑스풍 레스토랑에서 부루벨코리아 다니엘 메이란 한국지사장(왼쪽), 크리스티앙 디오르 쿠튀르 한상옥 한국지사장(가운데), 카르티에 로랑 그로고자 한국지사장 등이 프랑스산 와인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프랑스풍 레스토랑에서 부루벨코리아 다니엘 메이란 한국지사장(왼쪽), 크리스티앙 디오르 쿠튀르 한상옥 한국지사장(가운데), 카르티에 로랑 그로고자 한국지사장 등이 프랑스산 와인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카르티에, 루이뷔통, 샤넬, 에르메스, 크리스티앙 디오르, 랑콤, 로레알….’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세계적인 프랑스계 럭셔리 브랜드. ‘프랑스의 힘’으로까지 불리며 세계 패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이들 브랜드의 저력은 뭘까. 프랑스계 럭셔리 브랜드 한국지사장 3명의 입을 통해 프랑스 브랜드의 세계를 엿봤다.》

○ 봉주르∼, 만나서 반갑습니다.

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프랑스풍 레스토랑 ‘팔레 드 고몽’. 카르티에 로랑 그로고자 사장, 크리스티앙 디오르 쿠튀르 한상옥 사장, 부루벨코리아 다튀엘 메이란 사장 등 프랑스계 럭셔리 브랜드 한국지사장 3명이 어렵사리 한자리에 모였다.

6, 7월경은 외국계 럭셔리 브랜드 지사장의 수첩이 해외출장 일정으로 빼곡히 채워지는 때다. 다음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본사에서 열리는 각종 회의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 또 현지에서 열리는 패션쇼를 돌며 패션 트렌드를 읽고 한국 시장에 맞는 새로운 상품도 골라야 한다.

이들이 정식으로 인사를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 그러나 선 채로 프랑스산 와인 한 잔을 들고 영어, 프랑스어, 한국어 등 3개 국어를 섞어가며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자연스러웠다.

○ 프랑스 브랜드의 힘

“독일 브랜드는 실용적이고 이탈리아 브랜드는 바로크 스타일이다. 프랑스 브랜드는 철저한 브랜드 관리가 특징이다.”

카르티에 그로고자 사장은 그 나라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철저한 장인정신이 럭셔리 브랜드를 만들어낸다고 했다.

프랑스계 럭셔리 브랜드의 한국 내 면세점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부루벨코리아 메이란 사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프랑스계 LVMH그룹에 인수된 이탈리아계 브랜드 펜디의 고위 간부가 이탈리아 브랜드 구치 옆에 매장을 내달라고 특별히 부탁할 정도로 국가별로 보이지 않는 차이가 있다는 것.

그렇다면 프랑스 브랜드의 저력은 무얼까.

“매년 새로운 상품이 나오지만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다. 엉뚱해 보이는 제품도 창업자들의 장인정신과 기술을 현재에 맞게 바꾼 것이다.”

크리스티앙 디오르 쿠튀르 한 사장은 철저한 장인정신에 입각해 100% 손으로 가공하는 맞춤복 시장인 ‘오트 쿠튀르’가 프랑스 브랜드를 키운 밑거름이라고 했다. 대통령 부인, 할리우드 스타 등 세계 최고의 고객을 상대로 철저한 장인정신을 선보인다는 것.

○ 한국 럭셔리 브랜드 시장의 잠재력

“현재 한국경제가 주춤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명품시장의 전망은 무척 밝다. 삶의 질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고 럭셔리 브랜드의 최대 수요자인 30, 40대의 저변이 넓기 때문이다.”(그로고자 사장)

그로고자 사장은 “이라크전쟁, 사스 등의 국제 문제와 카드사 부실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한국 경제가 주춤하고 있지만 펀더멘털이 튼튼한 만큼 큰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 사장도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매년 70∼80%씩 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며 “3년 안에 지금의 2배 수준으로 성장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메이란 사장은 “유럽 럭셔리 브랜드는 과거 일본, 홍콩 등의 순으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했는데 최근 일본을 거쳐 곧장 한국으로 들어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까다롭고 패션 감각이 뛰어난 한국 소비자 이야기로 화제가 옮아갔다.

그로고자 사장은 프랑스 여성보다 뛰어난 한국 여성들의 패션 감각에 놀라워했다. 한편으로는 외모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다는 쓴 소리도 잊지 않았다.

“한국 여성들은 업체보다 더 빨리 유행을 파악하고 새로운 디자인을 요구한다. 유행에 민감하다보니 한국은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테스트 마켓이 되고 있다.”(메이란 사장)

○ 한국을 위하여

“외국의 것을 무조건 모방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럭셔리 브랜드를 만들어 낼 충분한 역량이 있다.” 그로고자 사장은 최근 럭셔리 브랜드에 불고 있는 오리엔탈리즘도 소개했다.

“이집트 문화는 프랑스 미술, 중국 문화는 프랑스 보석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카르티에는 두 달 전에 중국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을 내놓았다. 한국 전통 문양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한국 시장만을 겨냥한 한정 판매 상품도 내놓고 있다.”

카르티에는 실제로 시곗줄에 한글 글씨체를 넣은 한국 판매용 상품을 내놨다.

한 사장은 “크리스티앙 디오르도 아시아 시장에 고개를 돌리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일본, 올해는 인도를 테마로 신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럭셔리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 진출해 돈을 끌어간다는 오해가 많지만 사실은 한국 패션 산업을 자극하고 개발하고 있습니다.”

메이란 사장과 그로고자 사장은 한목소리로 프랑스 오트 쿠튀르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한국 패션 디자이너인 김지해씨를 예로 들었다. 한국 패션 산업이 세계무대에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고 했다.

▼다니엘 메이란- 한상옥-로랑 그로고자 사장 약력▼

●다니엘 메이란 사장

△1943년생 △파리고급예술학교

△에어프랑스 부사장

△부루벨코리아 사장

●한상옥 사장

△1956년생 △연세대 경영대학원

△신세계백화점 상품개발팀장

△크리스티앙 디오르 쿠튀르 코리아 사장

●로랑 그로고자 사장

△1961년생 △소르본대

△LVMH그룹 가죽, 액세서리 담당매니저

△카르티에 한국지사장

박 용기자 parky@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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