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오케스트라들 젊은층 겨냥 콘서트 뒤 댄스파티

  • 입력 2003년 6월 9일 18시 43분


코멘트
5월 어느 날 저녁. 화려한 차림의 젊은이들이 스위스 취리히의 연주회장인 ‘톤할레’에 들어가기 위해 서로 밀치며 출입문 주위로 모여들었다. 드보르자크와 골드마크, 번스타인의 곡을 듣던 이들은 연주 도중 흥분해서 박수를 치기기도 하고 콘서트가 끝나자 발을 구르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들은 디스코텍처럼 꾸며놓은 108년 역사의 연주회장에서 밤새 댄스파티를 벌였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톤할레 오케스트라와 아스펜 음악축제의 음악감독인 데이비드 진먼이 기획한 이 이벤트가 이같이 젊은이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진먼은 “부모님 말고 친구들과 음악회에 갔으면 좋겠다”는 아들의 말에 이 계획을 착안했다.

20스위스프랑(약 1만8500원)의 입장료로는 수지가 맞지 않지만 악단은 이를 ‘미래의 관객을 길러내기 위한 투자’로 여기고 있다.

대서양 건너 토론토 심포니 오케스트라(TSO)의 연주회도 최근 10, 20대 관객으로 붐빈다. ‘글로브앤드메일’ 인터넷판이 밝히는 관객유인 비결은 ‘영화와 맞먹을 만큼 싼 입장료’.

TSO는 2년 전부터 15∼29세 관객을 대상으로 가격우대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가입자가 내는 티켓 가격은 연주회당 10캐나다달러(약 9000원). 7일(현지시간) 열린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 협연 연주회의 경우 일반석 값은 28∼95.5캐나다달러(약 2만5000∼8만5000원)다.

프로그램 담당자 로브 필로넨은 “이들에게 최대한 좋은 자리를 주려고 한다”며 “이들을 ‘할인권 관객’이 아니라 ‘미래의 후원자’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최대의 오페라단인 캐나다 오페라 컴퍼니(COC)도 가격 할인을 통해 연주회장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18∼29세 관객은 최대 165캐나다달러(약 14만8000원)까지 올라가는 오페라 입장권을 불과 20∼25캐나다달러(약 1만8000∼2만2400원)에 살 수 있다.

싼 가격 덕에 친구들에게도 오페라를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젊은이도 많다.

TSO의 음악감독 피터 운진은 최근 관객에게 ‘악장 사이의 박수’를 허락했다. 클래식 초보자에게는 박수쳐야 할 때를 모르는 것도 스트레스가 된다는 사실을 배려한 것. TSO와 COC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젊은이들을 위해 정보를 제공하고 질문에 답하며 호응과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TSO의 마케팅담당자 마이크 포레스터는 “프로그램 가입자는 2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증가해 현재 8000여명”이라고 밝혔다. 그는 요즘 불황에 허덕이는 미국 오케스트라들로부터 문의전화를 계속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