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내가 바로 애널리스트"…토론 온라인모임 활발

  • 입력 2003년 4월 29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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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명한 투자가 피터 린치는 투자에서 상식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마다 아내가 골라냈던 ‘헤인즈’ 종목을 예로 든다.

그는 70년대 초 아내가 “팬티스타킹 ‘레그스’를 써보니 좋더라”고 귀띔하자 제조사인 헤인즈 주식을 사들여 6배의 수익을 남겼다.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얻는 제품과 기업 정보가 성공 투자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일화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이처럼 개인투자자들이 경험을 통해 얻은 투자 정보를 함께 분석하고 나누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내가 바로 애널리스트”=가치투자를 표방한 인터넷 사이트 ‘아이투자닷컴(www.itooza.com)’ 에서는 최근 거래소 상장종목인 ㈜신흥을 놓고 토론이 벌어졌다.

치과기자재 생산 및 유통업체인 신흥은 일반인들에게 생소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종목. 그러나 주식투자를 하는 치과의사가 올린 분석 내용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30대 치과의사 유모씨가 기자재를 계속 구매하는 치과 병원의 상황, 사용 과정에서 확인한 기술 수준, 신제품에 민감한 치과의사의 특성 등을 설명하며 신흥의 성장 가능성을 전망한 것.

이에 대해 치대 학생인 한 투자자는 “교수님들이 신흥 카탈로그를 보고 제품을 주문한다”며 “학생들도 개업 후 자연스럽게 신흥의 기자재를 사게 되므로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반면 다른 투자자들은 신흥이 시장점유율 70%에 이르는 독점기업이어서 서비스 정신이 다소 부족하다거나 현금 흐름이 좋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앞으로 성장성의 한계, 외국 제품과의 기술 격차 등에 대한 질문과 답변도 오갔다.

전문 직종이 아닌 일반투자자들의 참여도 활발하다. 한 트럭운전사는 넥센타이어 종목과 관련, 종일 트럭을 몰면서 얻은 제품 정보를 올렸다. 대구백화점에 대해서는 대구시민인 투자자가 “경품을 뿌려대는 것을 보니 최근 문을 연 롯데백화점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듯하다”고 적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소비자가 가장 생생한 정보를=이런 분석들은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만큼 전문적이거나 논리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재무제표의 숫자와 통계분석에 근거한 딱딱한 정보와는 달리 소비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제품 호감도 등 생생한 정보를 담고 있다. 또 언제 팔고 사야 하는지에 대한 단기적인 주가 분석이 아니라 기업 가치를 전체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다.

아이투자닷컴은 인터넷과 게임을 자주 이용하는 20대 초반의 투자자 모임 등 종목별로 세분화된 기업 분석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사이트를 운영하는 대학투자저널 최준철 발행인은 “업계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막상 주식시장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지만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런 정보의 비대칭성을 없애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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