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신뢰경영이다 …정직성이 경쟁력 제 1요건

  • 입력 2002년 12월 31일 16시 46분



“신뢰(Trust) 없이는 세계는 안전하지도 않고 번영할 수도 없다. 신뢰는 지구촌에서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핵심이다.”

세계 각국의 정치 경제 사회 지도자들의 모임인 ‘세계경제포럼(WEF)’은 새해 총회의 주제를 ‘신뢰 구축(Building Trust)’으로 정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려 흔히 ‘다보스 포럼’이라 불리는 이 모임은 1월 23∼28일 올 한해 세계의 흐름을 논의한다.

올 총회의 주제를 ‘신뢰 구축’으로 정한 것은 세계적인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이 위험수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미국 기업들의 잇따른 회계부정 사건은 기업의 경영성과가 아무리 좋아도 윤리의식이 없으면 시장과 사회의 신뢰를 잃어 결국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믿을 수 있는 기업이 강자(强者)〓전문가들은 기업이 신뢰를 받으며 끊임없이 발전하려면 투명성, 윤리성, 사회적 책임 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투명한 회계, 정직한 경영, 공정한 경쟁, 준법와 납세, 명료한 의사결정구조,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감 등이 요체다.

오랫동안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들은 높은 성과와 함께 높은 도덕성을 추구한 기업들이다. 최근 50년 이상 미국 실리콘밸리를 선도해온 휴렛팩커드는 임직원들에게 ‘이익 추구가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일 수는 없다’면서 인간존중을 강조해왔다. 존슨앤존슨은 1943년부터 윤리강령 ‘우리의 신조(Our Credo)’에서 소비자-종업원-지역사회-주주의 순서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규정해왔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인터내셔널 페이퍼(IP)’는 내부고발제도와 같은 철저한 윤리경영과 벌목한 나무보다 더 많은 나무를 심는 자원관리책임서약으로 반독점 시비, 소비자의 저항 등 경영상의 위험을 피하고 세계 최대의 펄프·제지업체로 성장했다.

정구현(鄭求鉉) 연세대 경영대학장은 “선진 기업들은 ‘타협할 수 없는 정직성’을 기업 경영의 중요 지침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예외없는 정직성이야말로 기업이 제품의 품질과 효율성, 조직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도록 유도하는 첫 번째 요건이라는 것이다.

▽좋은 기업은 사회적 책임 실천〓좋은 기업은 눈앞의 이익보다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행동을 통해 궁극적으로 주주의 이익을 높인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동종업계에서 직원을 가장 존중하는 회사로 꼽힌다. 9·11 테러사건 이후 드물게 직원을 해고하지 않은 이 회사는 대규모 항공사 중에서 유일하게 이익을 내고 있다.

선진 기업들은 사회적 공헌활동을 경영전략의 중요한 요소로 여긴다. 화이자는 1996년부터 불우한 개인이 자활할 수 있도록 자금과 노하우를 지원하는 ‘공동체 벤처펀드’를 운영해왔으며 머크는 10년간 개발한 전염병 치료제들을 아프리카에 무료로 지급했다. 이들은 사회공헌이 단순한 시혜활동이 아니며 ‘신뢰’라는 중요한 사회적 자산을 기업에 보탬으로써 장기적으로 기업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국내에도 신뢰경영 싹 보여〓국내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당장의 ‘이윤추구’를 넘어서는 활동을 해왔다. 동원F&B의 창업주인 김재철(金在哲)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1990년 장남에게 주식 59만주를 넘겨주면서 62억원이 넘는 증여세를 자진 납세해 국세청을 놀라게 했다.

‘가장 좋은 상품의 생산, 성실한 납세,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을 기업 이념으로 하는 유한양행, 고객만족을 통한 고객가치창조를 중시하는 태평양, 100년이 넘게 전직원이 한가족이라는 이념을 견지해 온 동화약품 등 신뢰경영을 실천하려는 기업의 다양한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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