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자산은 자산이 아니다. 적정한 수익률을 내느냐가 중요하다.”(홍석주 조흥은행장)
국민, 우리은행이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대형화를 선도하는 가운데 외환은행 등 중견 은행들은 특화의 논리로 독자생존의 길을 찾고 있다.
▽규모를 늘려야 산다〓규모의 경제를 강력히 주장하는 사람은 이덕훈(李德勳) 우리은행장과 김정태(金正泰) 국민은행장. 이 행장은 “은행은 인력과 시스템으로 승부를 겨루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시스템”이라며 “정보시스템에 투자하는 돈이 연간 몇천억원”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투자를 뒷받침하려면 연간 당기순이익이 1조원 이상 나와야 한다는 것.
김 행장도 “대규모화는 세계적 추세이고 한국도 자산 100조원 이상의 은행 3, 4개로 통폐합될 것”이면서 “통폐합에서 제외되는 은행은 대형은행의 자회사 은행으로 생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행장은 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가진 월례 직원조회에서 “국민은행은 2006년까지 시가총액 30조원에 이르는 세계 30위권의 은행으로 발돋움하겠다”면서 “대학에서 복수전공을 하듯이 우리도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몇 군데 골라야 한다”고 ‘멀티스페셜리스트(Multi-Specialist)’론을 강조했다.
▽특화하면 살 수 있다〓김경림(金璟林) 외환은행 회장은 “예대마진이 줄다 보니 자산규모 100조원 논리가 나오는 것 같다”면서도“규모가 작아도 수익모델만 갖추면 중견은행으로서 얼마든지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 대구은행이 지역밀착형으로 성공하고 있으며 외환은행도 외환과 국제업무를 강화하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
조흥은행의 홍석주(洪錫柱) 행장은 “외형은 크고 수익이 낮다면 그것은 부실자산에 불과하다”며 “조흥과 우리은행의 영업이익이 비슷한데 자산규모 대비 영업이익을 보면 누가 우량은행인지 금방 알 수 있다”고 공격적 논리를 펼쳤다.
▽수익성과 주주의 평가에 달려 있다〓정해왕(丁海旺) 한국금융연구원장은 “국민은행은 규모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모든 은행이 다 대형화할 필요는 없다”며 “자기규모에 맞게 이익을 내면 된다”고 말했다.
생존의 관건은 ‘누가 수익을 많이 내느냐’와 ‘주주에게 얼마만큼 평가받느냐’에 있다는 게 정 원장의 결론이다.
주요 은행 경영지표 (단위:억원, 9월말 기준) | ||||
은행 | 자산규모 | 자기자본 | 당기순이익(세전) | BIS비율(%) |
국민 | 2,043,363 | 102,916 | 15,129 | 10.50 |
우리 | 946,022 | 61,658 | 8,566 | 10.91 |
조흥 | 693,126 | 42,960 | 112 | 10.27 |
외환 | 574,456 | 38,752 | 885 | 9.44 |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