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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26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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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은 최근 자사 브랜드인 ‘래미안’을 딴 ‘래미안건설’에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항의 공문을 보냈지만 돌아온 대답은 ‘마음대로 하라’는 식이었다.
삼성중공업도 ‘쉐르빌’ 브랜드를 도용한 사례를 수차례 접했음에도 ‘벙어리 냉가슴 앓듯’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드러내놓고 브랜드를 그대로 쓰는 경우는 사정이 낫다. ‘00래희안’ ‘00쉐라빌’ ‘00메르시안’(월드건설 메르디앙과 유사)처럼 철자만 조금 바꾼 브랜드를 쓰는 경우에는 항의조차 하기 어렵다.
브랜드 도용이 느는 이유는 인지도 높은 브랜드일수록 분양도 잘 되기 때문. 주로 연립주택이나 소형 빌라를 짓는 영세한 건설회사들이 브랜드를 허락 없이 빌려 쓰고 있어 법적 대응도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림 삼성건설 국내법무파트장(변호사)은 “소규모 업체들에 브랜드 도용에 관한 경고를 하면 대부분 ‘법대로 하라’는 식이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기업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도리어 횡포로 비쳐질 수 있어 내버려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수십억원을 들여 만들어 놓은 브랜드를 자칫 소형 업체들이 망가뜨릴 위험도 커서 마냥 무대응으로 일관할 수 없는 상황. 실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있는 삼성래미안아파트 옆에는 ‘삼성아파트’라는 이름으로 플래카드까지 걸어 놓은 채 분양을 하는 빌라도 있다.
김부경 삼성중공업 부장은 “브랜드를 도용하는 업체 대부분이 사업장별로 다른 이름을 쓰고 있어 이를 일일이 파악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털어놨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