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대기업 리더들<23>]한솔그룹 계열사 절반매각

  • 입력 2002년 5월 8일 18시 25분


‘한국 구조조정의 대표 기업.’

1999년 일본 NHK방송은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 상황을 소개하면서 한솔그룹의 변신을 이렇게 평가했다.

하지만 한솔의 경영진은 외부의 이 같은 칭찬에 크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통신서비스사업과 신문용지사업의 지분을 팔아 재무구조를 건실하게 다지긴 했지만 아직 남에게 자랑할만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는 반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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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근 전 계열사의 경영지표가 뚜렷이 좋아지면서 이 기회에 재도약의 발판을 확실하게 다지겠다는 자신감에 차있다.

한솔그룹은 고 이병철(李秉喆) 삼성 창업주의 장녀 이인희(李仁熙) 고문이 대주주로 있던 전주제지가 91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되면서 탄생했다. 한때 계열사가 20개를 넘었지만 구조조정 결과 지금은 11개의 계열사만 남았다.

▽‘그룹의 성장 엔진’ 한솔제지를 이끄는 CEO들〓신문용지 부문이 팔렸어도 한솔의 주력은 여전히 인쇄용지 등을 중심으로 하는 제지사업이다. 지난 10년간 제지사업은 안정적인 수익을 내며 그룹의 성장엔진 역할을 맡아왔다.

선우영석(鮮于永奭) 한솔제지 부회장은 그룹의 ‘엔진’을 관장하는 대표적인 최고 경영자(CEO)로 꼽힌다.

그는 70년 제일모직에 입사해 삼성물산 해외지사를 거친 뒤 삼성중공업 삼성항공의 해외영업부문 임원을 지낸 대표적인 ‘해외통’. 93년부터 한솔제지 해외판매법인인 한솔무역을 맡아 95년 한솔제지가 1억불 수출탑을, 98년 5억불 수출탑을 수상하는 데 공을 세우기도 했다. “흑자를 내지 못하는 기업은 존재 이유가 없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제지 기획관리부문의 차동천(車同千) 대표이사 부사장은 제지업계에서 20년 간 잔뼈가 굵은 제지전문가. 영업담당 이사와 장항공장장, 전주공장장 등을 거치며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경영자로 분류된다. 좋은 체격과 탁월한 친화력으로 ‘한솔의 대외 창구’라는 평도 듣는다.

제지 영업생산부문의 문주호(文周鎬) 대표이사 부사장은 그룹의 대표적인 영업통. 영업사원에게 직접 새 신발을 신겨주는 ‘착화식(着靴式)’을 도입하는 등 ‘영업맨의 대부(代父)’라는 평을 받고 있다.

98년 한솔포렘 대표이사로 부임해 매년 1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내던 회사를 1년 만에 흑자로 돌려 그룹 내에서는 ‘신화(神話)의 주인공’으로 불린다.

▽제지 관련 계열사의 CEO들〓제지용 화학약품 제조회사인 한솔케미언스 강석주(姜錫周) 사장은 오랫동안 이 회사의 CEO를 맡아온 그룹의 최장수 경영인. 과묵한 성품이지만 의약품 분야 등 회사의 신사업 진출에 상당한 추진력을 발휘했다.

목재관련 계열사인 한솔포렘 유명근(劉明根) 부사장은 영업 생산 기획부문 등을 두루 거친 업계의 ‘마당발’로 올해 처음 CEO가 됐다. 최근 강화마루 바닥제 ‘참마루’를 빅히트 시킨 데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특수용지 생산회사 한솔파텍의 이봉훈(李奉勳) 부사장은 인사 및 관리부문 전문가로 분류된다. 98년 그룹 경영기획실장을 거쳐 99년부터 한솔파텍 대표를 맡아왔다. 철저한 조직관리로 명성이 높다.

▽한솔의 미래를 찾는 전문경영인들〓친화력이 뛰어난 장광소(張廣所) 한솔저축은행 사장은 상업은행에서 33년이나 근무한 정통 금융인 출신. 한솔창업투자 이종윤(李鍾潤) 부사장과 한솔캐피탈 한상국(韓相國) 부사장도 각각 증권거래소와 증권감독원에서 잔뼈가 굵은 금융 전문가들이다.

한솔건설 강부건(强富建) 부사장은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을 거치며 대규모 건설사업을 책임졌던 건설 전문가로 꼽힌다. 한자 이름에서 ‘건설맨’ 운(運)이 배어 있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한다.

종합리조트인 강원 오크밸리를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은 한솔개발 김근무(金根茂) 부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신사업 개발 전문가로 통한다.

삼성그룹 비서실 출신인 한솔CNS 김홍식(金洪植) 부사장은 95년 한솔로 자리를 옮겨 기존의 한솔유통을 인터넷 물류 전문회사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다. 독서량이 풍부해 다양한 화제로 대화할 수 있는 것이 그의 장점.

한솔전자 전대진(全大珍) 부사장은 73년 전주제지에 입사해 삼성항공과 정공 부문 상무까지 역임한 이공계 출신. 지난해 한솔전자가 독일 지멘스의 최우수 모니터 공급업체로 선정된 것도 기술 흐름을 읽는 그의 경영 능력에 힘입은 바 크다는 평.

그룹 경영기획실장인 신현정(申鉉正) 부사장은 그룹 최고의 재무통으로 계열사의 신사업과 그룹 전체의 구조조정 틀을 짠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삼성물산 재무팀에 근무한 경력이 조 회장과 비슷하고, 조 회장을 가까이에서 보좌하고 있어 ‘숨은 실세’라는 평도 듣는다.

경영기획실 인사홍보팀장인 고명호(高明浩) 상무와 기획재무팀장 김대기(金大基) 상무도 빈틈없는 일 처리 능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한솔그룹을 이끄는 주요 전문경연인
회사직위이름나이학력출신지
한솔제지부회장선우영석58경복고, 연세대 경영학서울
한솔제지부사장차동천56전주고, 서울대 행정학서울
한솔제지부사장문주호54광주상고, 조선대 경제학전남 화순
한솔케미언스사장강석주58경기고, 연세대 경영학서울
한솔포렘부사장유명근54경복고, 서울대 임학 서울
한솔파텍부사장이봉훈51오현고, 성균관대 법학제주
한솔전자부사장전대진54사레지오고, 성균관대 통계학전남 영암
한솔개발부사장김근무56천안농고, 고려대 경제학충남 천안
한솔건설부사장강부건59경북고, 서울대 건축학대구
한솔CSN부사장김홍식54진해고, 고려대 경제학경남 진해
한솔저축은행사장장광소60동래고, 고려대 경영학경남 남해
한솔창업투자부사장이종윤55경동고, 한국외국어대 영어경기 남양주
한솔캐피탈부사장한상국56천안고, 경기대 행정학충남 천안
그룹 경영기획실부사장신현정53배재고, 연세대 경제학충남 부여
조동길 회장 등 대주주 경영진은 제외.
자료:한솔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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