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3월 25일 18시 18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왕자의 난’ 등 우여곡절 끝에 2000년 9월 현대그룹에서 ‘분가(分家)’한 현대차그룹은 이후 성공적인 변신을 통해 사실상 현대가(家)의 적통(嫡統)을 이었다는 평을 듣는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를 이끄는 주요 경영인들은 자동차 부문을 축으로 해 그룹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 |
특히 현대차의 계열분리 후 지금까지 자동차 내수와 수출이 모두 호조를 보여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현대차가 1998년 12월 기아차를 인수한 뒤 1년 10개월 만에 법정관리를 마치고 조기 경영정상화에 성공한 것도 경영진에 자신감을 갖게 한 요인이 됐다.
박병재(朴炳載) 현대차 부회장은 기아차 인수에 대한 정 회장의 의지를 실무 측면에서 탄탄하게 받친 전문경영인. 현대차 입사 후 34년간 수출, 생산 등 전 업무를 한 줄에 꿰고 있는 자동차업계의 산 증인으로 자동차사업 전반에 걸쳐 정 회장에게 조언한다.
김동진(金東晉) 현대차 사장은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전략적 제휴(2000년 6월) 체결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미스터 다임러’라는 애칭이 따라다닐 정도.
엔지니어 출신으로 현대차그룹 ‘테크노 CEO’의 대표주자인 김 사장은 현대우주항공에서 한국형 탱크를 개발했던 주역이다. 현대차로 옮긴 2000년 1월부터 상용차담당 사장을 맡으며 ‘다임러 프로젝트’에 관여했다. 현대정공 기술연구소장으로 재직할 당시 40여명의 젊은 직원을 모두 상대해 소주잔을 주고받은 일화가 있다.
김뇌명(金賴明) 기아차 사장은 수출분야 등에 오래 일한 그룹의 대표적인 ‘해외통’. ‘로이 김’이라는 영문 이름으로 해외 자동차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 입사 당시 1, 2, 3지망을 몽땅 현대차로 쓸 정도로 자동차분야에 관심과 애정이 많다.
자동차부품 전문업체인 현대모비스 박정인(朴正仁) 회장은 꼼꼼한 관리능력을 인정받아 입지를 넓혀 왔다. 회계와 노무(勞務)분야에 특히 밝다. 직원들의 이름을 대부분 외울 정도로 기억력이 좋고 자기관리가 철저하다는 평.
현대차와 기아차의 기획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정순원(鄭淳元) 부사장은 연구소(현대경제연구원) 출신답게 그룹 내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꼽힌다.
| ▼관련기사▼ |
| - 현대차 그룹, 계열사 대표 책임경영 - 포스트 정몽구시대 이끌 3세체제 가속 |
▽영역 넓히는 금융·철강 경영인〓현대차그룹은 자동차라는 바탕 위에 금융 통신 등 자동차 관련 부가서비스를 지향하는 종합서비스 회사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현대차 사장을 지낸 이계안(李啓安) 현대캐피탈 회장과 이상기(李相起) 현대캐피탈 사장의 주도로 다이너스카드를 인수한 것은 대표적인 예다.
이계안 회장은 숫자에 밝아 ‘관리의 귀재’ ‘아이디어 뱅크’로 불린다.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현대석유화학과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등을 거쳐 40대 중반에 사장에 오른 ‘스타 CEO’로 꼽힌다. 독서애호가이며 은퇴 이후엔 사회봉사 활동가로 변신하는 것이 꿈이라고.
이 회장과 함께 금융부문을 키우고 있는 이상기 사장은 현대자동차써비스에 몸담을 때 현대할부금융을 설립했다. 경영스타일은 공격적이라는 평.
INI스틸(옛 인천제철), 현대하이스코, BNG스틸(옛 삼미특수강) 등 철강산업도 현대차그룹의 전략적 축(軸)이다.
현대하이스코에서 포스코(옛 포항제철)와의 철강분쟁을 함께 치렀던 유인균(柳仁均) 회장과 정석수(鄭錫洙) 부사장이 최근 INI스틸로 함께 자리를 옮겨 공동 대표이사를 맡는 ‘투 톱’체제를 구축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 대인관계가 넓은 유 회장이 주로 바깥일을, 재무분야에 밝은 정 부사장이 ‘집안 살림’을 챙긴다.
정몽구 회장과 고교(경복고) 동기인 유 회장은 선이 굵은 경영인으로 꼽힌다. 조직을 잘 다독거리고 소탈한 면모를 갖춰 따르는 후배가 많다.
윤명중(尹明重) 현대하이스코 회장은 자동차와 철강부문간의 시너지효과를 위해 자동차 강판 전문업체로 특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신중하고 말수가 적은 편으로 현대자동차써비스와 현대캐피탈을 거쳤다.
유홍종(劉洪鍾) BNG스틸 회장은 대한양궁협회 회장, 대한체육회 부회장 등 체육계에 발이 넓은 경영인. 현대자동차써비스 등에서 다양한 업무를 익혔다.
▽떠오르는 현대정공 출신 CEO〓현대모비스(옛 현대정공) 출신의 급부상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들은 정몽구 회장이 현대정공 경영만을 챙겼던 시절부터 측근에서 보좌했다. 이들의 중용은 ‘의리와 명분’을 중시하는 정 회장의 인사관(人事觀)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유인균 회장을 비롯해 박정인 회장, 김동진 사장, 이상기 사장, 한규환(韓圭煥) 현대모비스 사장, 정석수 부사장, 정학진(鄭學鎭) 로템(옛 한국철도차량) 사장 등이 현대정공에서 일한 적이 있다.
여기에 현대차의 안살림(인사 및 총무)을 도맡고 있는 이중우(李重雨·경영지원본부장) 부사장, 현대차의 성병호 부사장(해외영업본부장), 이용도(李庸度·구매총괄본부장) 부사장 등도 현대정공 출신이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