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성장률 낮춘 배경]경제 회복시기 '안개 속'

  • 입력 2001년 10월 25일 19시 30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2.2%로 크게 낮춰 잡고 내년에도 3.3%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 것은 한국경제가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단기간에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준일(金俊逸) KDI 거시경제팀장은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보복전쟁이 아랍권과 선진국의 전면대립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고, 대내적으로는 부실기업의 수익성 악화 등 변수가 남아 있어 경제 회복 시기를 점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성장률 하락의 주원인은 반도체〓KDI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7월에 예상했던 4.4%의 절반 수준으로 전망한 주요 원인으로 2·4분기(4∼6월) 이후 시작된 수출의 급락, 특히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가격의 하락을 꼽았다.

반도체의 수출 단가가 작년말 대비 70%나 떨어졌으며 현재의 가격하락 추세를 그대로 유지하면 연간 100억달러(국내총생산의 약 2%) 이상의 무역손실과 구매력 상실을 불러올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함께 하이닉스반도체를 비롯한 부실 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해 내수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하이닉스반도체의 처리가 내년으로 넘어갈 경우 대통령선거 등 정치일정과 맞물려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 재정정책 탄력운용해야〓KDI는 미국 테러사태 이후 세계경제의 향방이 불확실해짐에 따라 상황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통화정책이 더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현재 수요측면의 물가상승 우려가 크지 않은 만큼 추가적인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비해 금리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리를 내릴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KDI는 또 정부의 1, 2차 추경예산이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가량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테러전쟁 확산되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미국의 보복전쟁이 장기화하고 중동지역 전역으로 확대되면 원유가격이 급등해 한국 경제가 ‘저성장 속의 고물가’라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KDI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 금리 재정정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전쟁이 마무리되면 세계경제 회복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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