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좌승희 원장은 23일 “출자총액제한제와 신문고시의 부활, 30대 그룹의 획일적 지정 등 최근의 정부 정책은 자율과 경쟁을 중시하는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경제가 어려울 때 기업의욕을 꺾는 조치가 계속 나와서는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전경련은 5월부터 세미나 등을 통해 공정거래법의 문제점을 부각시킨뒤 국회를 상대로 법개정운동에 나설 계획이다.
▽말 바꾸기로 기업 곤혹〓공정위가 ‘어려운 경제상황을 고려해 당분간 기업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바꿔 상반기 중 8개 그룹의 부당내부거래를 조사하겠다고 밝히자 해당 그룹들은 “일관성 없는 정책 때문에 또 한번 피해를 보게 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공기업도 30대 그룹에 지정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히고도 시행이 임박하자 슬그머니 연기한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말 바꾸기라는 지적. 한 4대 그룹 임원은 “민간기업엔 엄격하고 한솥밥을 먹는 공공부문에는 관대한 이중잣대의 대표적인 예”라고 꼬집었다.
공정위가 올 2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도입된 금융거래정보요구권(계좌추적권)을 3년간 추가 연장키로 한 데 대해서도 재계는 ‘약속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일개 행정부처가 영장없이 계좌추적권을 갖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한시 허용된 것을 개혁 명분을 앞세워 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없앤 규제 되살리기〓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폐지된 출자총액제한제가 공정위의 집요한 시도로 부활돼 이 달부터 적용되자 초과분을 서둘러 해소하느라 비상이다.
이 제도는 회사 순자산의 25% 이상을 다른 회사에 출자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 정부는 98년 초 이 때문에 구조조정을 어렵게 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폐지했지만 불과 1년 뒤 경제력 집중 억제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부활시켰다.
좌 원장은 “기업들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을 발견해도 출자한도에 묶여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한번 없앤 규제를 다시 살리는 것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라는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